경제력과 백신은 중국 외교의 중심 축
하지만 인권 공세로 필승 공식 깨질 판
①EU와 포괄투자협정, 맞제재로 휘청
②대만, 中 떼놓고 美와 경제 밀착 속도??
③中 백신외교 삐걱, 美 인권 실태 비판
중국 외교의 원동력은 막강한 ‘경제력’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백신’이 가세했다. 하지만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가 부각되자 곳곳에서 균열이 일고 있다. 가치관은 뒤로 물리고 물질적 이익을 앞세워 국제사회 영향력을 넓혀 온 중국 외교의 ‘필승 공식’이 깨질 조짐이다.
①EU와 7년 공들인 투자협정, 성급한 맞제재로 휘청
중국은 22일 유럽연합(EU)과 충돌했다. EU가 신장위구르 인권탄압을 규탄하며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도 곧바로 10명의 개인과 4곳의 단체를 보복 제재했다. 일단 신속하고 화끈하게 맞받아치긴 했지만 그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지게 생겼다. EU가 다시 반발하며 23일 중국과의 포괄적 투자협정(CAI) 후속 논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7년간 35차례 회의 끝에 지난해 12월 체결한 협정이다. 지난해 중국과 EU의 교역량은 5,860억 유로(약 782조 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5,550억 유로)을 제쳤다. 중국이 기세등등한 이유다.
그런데 인권 문제가 불거져 협정 비준을 앞두고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더해 불매운동으로 불똥이 튀면서 중국과 유럽의 교착 전선은 넓어지고 있다. 스웨덴 패션브랜드 H&M이 신장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 구매 중단을 선언하자 중국 소비자들도 보이콧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중국은 CAI 체결 당시 “세계 최대 신흥경제국과 세계 최대 선진국 그룹의 새로운 협력모델(자오쥔제 중국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연구원)”이라고 잔뜩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EU가 미국을 모욕하고 대서양 동맹에 타격을 입힌 큰 실수”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후 EU와의 동맹 회복에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CAI는 예상보다 1년 늦어진 2023년에도 시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비준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EU의 분위기를 오판했다”면서 “CAI가 파탄 직전에 몰렸다”고 전했다.
②대만, 中 떼놓고 美와 경제 밀착
대만은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미국 카드’를 또다시 꺼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24일 “미국과 올해 안에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TIF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로, 미국과 대만의 TIFA 논의는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에게 무역대표부(USTR) 지휘봉을 맡기면서 미국과 대만의 경제 밀착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부쩍 조바심을 내고 있다. 대만과 정치ㆍ군사적으로는 대립해도 경제만큼은 주도권을 쥐었다고 자신하지만 TIFA가 현실화하면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중국과 대만의 교역규모를 강조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 대만의 중국 수출은 1,514억5,000만 달러(약 172조 원)로 전년 대비 14.6% 늘어 전체 수출의 43.9%를 차지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대만 분리주의 세력과 미국 일부 정치인이 중국에 맞선 협상카드로 FTA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③中 ‘백신 외교’ 삐걱…美 인권 실태 겨냥 화풀이
지난해 5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백신은 글로벌 공공재”라고 선언한 이후 중국 백신은 상당수 개발도상국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중국을 외면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30만 회분의 중국 백신 지원을 거부했고, 방글라데시와 네팔도 중국 대신 인도로 돌아섰다. 중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자국 백신을 집중 공급하고 있지만 인도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백신 안전성과 효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유럽은 아직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은 백신을 정치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중국은 더 이상 유일한 백신 공급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세에 몰리던 중국도 ‘인권’을 고리로 미국을 향해 맞불을 놓았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1만5,000자 분량의 ‘2020년 미국 인권침해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통제 불능, 민주주의 실종, 인종 차별, 사회 불안 등이 미국의 인권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가령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한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전체의 20%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인 가운데 흑인이 백인에 비해 코로나19 사망자는 2배, 코로나19 감염자와 경찰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각각 3배 많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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