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한 데는 저자의 명성이 한몫했다. 기후 운동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쓴 세계적 환경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이 5년 만에 내놓은 환경서다. 기후 변화를 주제로 다룬 책은 대개 공포에 질려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를 것이란 경고만 가득해서다. 반면 클라인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겁먹지 말고 행동할 것을 독려한다. 새로운 운동의 도착지는 그린뉴딜이다.
그린뉴딜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전 세계 석학들이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선진국들도 이에 보조를 맞추려 한다. 한국 역시 국가 역점 과제로 떠들썩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뉴딜의 아이디어를 선구적으로 제시해온 클라인이 보기에 지금의 그린 뉴딜은 ‘가짜’다. “녹색 외피를 두른 단순한 경기 부양책”에 불과하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증이 빚어낸 시늉이고 땜질이다.
정석은 ‘대전환’이다. 화석연료 체제로 굴러가는 지금의 세계 체제 전반을 바꿔나가는 길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청정 운송 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녹색 산업으로 이직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임금과 복지 혜택을 보장하는 것도 전제다. 결국 돈과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린뉴딜을 백날 외쳐봤자 허공에 맴돌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년, 클라인이 제시한 마지노선이다. 그사이 대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책 제목 그대로 우리의 미래는 불타버릴지 모른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불을 끄고 새로운 세계를 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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