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에 가려있던 비통신 사업 IPO 추진
SKT 중간지주사 전환, 종합 ICT 기업으로 탈바꿈
내년 이후엔 8조 원 이상 추가 비용…연내 마무리
"코스피가 1년 동안 2,200에서 3,000까지 올랐는데 SK텔레콤 주가는 그때도 25만 원에서 지금도 25만 원이다. 역대 최고 매출을 거뒀다고 말하는데, 주주에게 성과는 주가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은 지난해 비대면 수혜로 주가가 2~3배 증가한 반면 SK텔레콤의 주가는 24만~26만 원 사이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8%나 증가한 1조3,493억 원에 달했고 박 대표 연봉도 2019년 45억3,100만 원에서 지난해 73억8,000만 원으로 뛰었다. 주주들에게 SK텔레콤의 호실적이나, 비대면 기업들의 신고가 랠리는 철저히 '남의 일'이었다.
SK텔레콤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SK텔레콤의 구조를 통신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눠 비통신 사업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복안이다.
박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에서 가장 소외되는 것이 통신주라지만 그걸 핑계로 말할 수 없다"며 "저를 비롯한 많은 경영진이 더 반성해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표는 이어 "우리 회사의 현재 주가 수준은 전체 100조 원이 넘는 자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며 "이에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오래 고민했고, 올해는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7년 SK텔레콤의 수장에 오를 때부터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중간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SK텔레콤이 통신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계열사들을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가장 큰 배경은 SK하이닉스다. 현재의 SK(주)-SKT-SK하이닉스로 연결된 지배구조에선 SK하이닉스가 기업 투자 및 인수합병(M&A)하는 데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에 나설 경우, 인수 대상 기업을 100% 소유해야 한다. 이에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두고 SK하이닉스의 지위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꾸면 공격적인 투자도 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자회사 지분 규제가 내년부터 20%에서 30%로 늘어나면서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은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텔레콤은 현재 20.07%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은 8조 원 이상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선 먼저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는 장부에 기재된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대로는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원스토어를 필두로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잇따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최근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도 뛰어들면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들 신사업 자회사의 전체 기업 가치를 20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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