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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두색깔 동심

입력
2021.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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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과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편집자주

'오케스트라 음악의 꽃'으로 불리는 교향곡(Symphony). 국내 최대 교향곡 축제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립니다. 한국일보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1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무대에서 연주될 교향곡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다음달 17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라벨과 레스피기의 관현악곡을 지휘하는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지휘자.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달 17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라벨과 레스피기의 관현악곡을 지휘하는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지휘자. 예술의전당 제공


#1 라벨은 1908년 무렵 친구의 딸을 위한 피아노 모음곡 5개를 썼다. 작품집 이름은 '어미 거위’.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쓴 민담 '어미 거위'가 중심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모음곡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파반' '난쟁이' '파고다의 여왕 레드로네트' '미녀와 야수의 대화' '요정의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음악답게 동심 가득한 상상력이 특징이다. 라벨은 1911년 관현악곡으로도 편곡했다.

#2 작곡가 레스피기는 그의 조국 이탈리아와 로마를 사랑한 음악가였다. 로마를 묘사한 교향시를 많이 남겼다. 이른바 '로마 3부작'으로 불리는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가 그의 대표작이다. 이중 1924년 초연된 '로마의 소나무'는 로마 보르게제 저택과 지하묘지, 자니콜로 언덕, 아피아가도에 있는 소나무를 각기 다른 분위기로 4개 테마에 걸쳐 관현악으로 그린 작품이다.


다음달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마시모 자네티 지휘자.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달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마시모 자네티 지휘자.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달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과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한다. 포디엄에는 마시모 자네티 지휘자가 오른다. 교향곡 대신 관현악곡 2개를 선곡한 배경을 두고 자네티 지휘자는 "음악적 창작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천재적이고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오케스트라를 위한 작곡ㆍ편곡)을 선보인 음악가들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라벨과 이탈리아 출신의 관현악 거장인 레스피기의 작품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자네티 지휘자는 "두 작품은 아이들과 관계가 있다"면서 "'어미 거위 모음곡'은 여러 동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는 점에서, '로마의 소나무' 1악장은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놀이를 하며 불렀던 오래된 멜로디를 테마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표현방식은 다르다. 자네티 지휘자는 "두 음악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라벨의 음악은 "비범하고 미묘하면서도 친근하고 형이상학적인 선율과 매혹적인 세련미"가 느껴지는 반면, 레스피기의 경우 음악에 극단적인 감성을 담고 있으며 외부 세계에 대한 작곡가의 시각을 적극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마지막 악장에서 절정이 전개되는 모습도 상이하다.


'어미 거위 모음곡'에는 특히 1곡과 5곡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자네티 지휘자는 "5곡 '요정의 정원'은 선율의 긴장감이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자연스레 듣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고 했다. 자네티 자신도 "연주를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지휘자의 감성을 깊이 자극하는 작품이어서 감정을 자제하느라 항상 애를 먹는다"고 털어놨다.

'로마의 소나무'는 세번째 테마 '자니콜로의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레스피기 자체가 로마의 자연과 지역성을 묘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곡가지만 이 대목은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자연의 소리를 표현한 진수로 평가 받는다.

특히 세번째 테마 끝부분에는 소나무 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등장한다. 초연 당시 레스피기는 실제 새소리를 녹음해 공연장에서 관객에게 들려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래식 공연치곤 파격적인 시도였다. 자네티 지휘자는 "당시로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음악기법을 소개하는 한편 현실(실제 새소리)과 모방(음악으로 표현)을 융합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시도는 현실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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