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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장 "실정법 피한 친일파, 역사 심판대로 단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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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장 "실정법 피한 친일파, 역사 심판대로 단죄해야죠"

입력
2021.03.23 21: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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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역사체험관?‘리멤버 1910’ 개관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22일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에 조성된 친일파 역사 법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시장 뒤로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회영(왼쪽부터), 이석영, 이시영 선생의 조형물이 서 있다. 남양주시 제공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이 22일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에 조성된 친일파 역사 법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시장 뒤로는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이회영(왼쪽부터), 이석영, 이시영 선생의 조형물이 서 있다. 남양주시 제공


“실정법으로 처벌을 못했다면,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 단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은 23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친일파 역사 법정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역사 법정은 26일 개관할 예정인 역사체험관 ‘리멤버(REMEMBER) 1910’ 내에 들어섰다. 친일파를 법정에 세운 뒤 단죄하는 가상의 공간이다.

조 시장은 “‘리멤버 1910’은 일제의 국권 강탈에 맞서 지금의 가치로 2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모두 처분해 독립운동에 바친 이석영 6형제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며 “반민족 행위자는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역사 법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역사법정 옆으로 수감 감옥까지 둔 점이다. 형을 선고받은 친일파가 갇혀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관람객은 감옥에 들어가 수감된 친일파에게 곤장을 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조 시장은 단죄 방식이 격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그동안 우리 역사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엄격하게 처벌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친일파는 축적된 부로 떵떵거리며 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가난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26일 개관할 남양주시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 내 친일파 역사 법정. 남양주시 제공

26일 개관할 남양주시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 내 친일파 역사 법정. 남양주시 제공

역사 법정에 설 첫 피의자는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이다. 시민 누구나 법정에서 판사, 검사 등의 역할을 맡아 이완용을 단죄할 수 있다. 추후엔 시민그룹이 친일 행적을 추적해 재판에 넘긴 친일파에 대한 가상 재판도 열린다.

‘리멤버 1910’과 이석영 광장 조성은 조 시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폐 예식장 건물이 홍릉을 떡하니 가리고 있는 것을 보고 "도리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는 “나라를 잃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고종과 명성황후가 잠든 홍릉 앞이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19년 3월 예식장 건물을 매입해 허물고, 478억원을 들여 역사 체험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독립운동가 이석영 6형제의 결기가 깃들어 있다. 리멤버 1910이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1910년 경술국치와 함께 이석영 6형제가 압록강을 건너 중국 망명의 길을 떠난 해를 의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6일 개관할 남양주시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 내에 설치된 친일파 수감 감옥. 이종구 기자

26일 개관할 남양주시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 내에 설치된 친일파 수감 감옥. 이종구 기자

조 시장은 “조선의 거부(巨富)였던 이석영 선생과 형제들은 일제와 적당히 타협하면 부와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었으나, 일제가 빼앗은 나라에서 해를 넘길 수 없다는 정신으로 화도읍 일대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했다”며 “결국 끼니도 잇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이 세운 신흥무관학교는 항일운동의 기반이 됐다”라고 존경을 표시했다. 조 시장은 “시민들이 역사 체험관을 둘러보면서 독립운동가의 나라정신을 마음속으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석영 광장. 남양주시 제공

이석영 광장. 남양주시 제공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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