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보 수집·통진당 소송 개입, 직권남용 해당"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며 일선 법원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규진(59)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60)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고위 법관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6년 양승태(73)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강제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지위확인소송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 견제 목적으로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기조실장이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사법제도소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법원행정처 부탁을 받고 통진당 소속 의원의 지위확인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던 심상철(64) 전 서울고법원장(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에겐 "증인들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방창현(48)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통진당 지방의회의원의 행정소송 사건 재판장으로서 주심판사 몰래 법원행정처 입장을 반영해 판결문을 고친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재판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고위 법관들에겐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유해용(55)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신광렬(56)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의연(55)·성창호(49)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현재 각각 대전지법 부장판사·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1·2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성근(57)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태종(61)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는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64)·고영한(66)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62) 법원행정처 차장 등 4명에 대해선 1심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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