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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연동’ 따라 올려야 하는데… 선거 앞 정부가 찍어 누른 전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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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연동’ 따라 올려야 하는데… 선거 앞 정부가 찍어 누른 전기료

입력
2021.03.22 2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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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상승 감안하면 2.8원 인상했어야
정부, 선거 시즌에 전기료 인상 부담 된 듯
6월에도 다시 인상 유보할 가능성 커

22일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연합뉴스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함께 7년 만에 첫 인상이 예고됐던 전기요금 조정이 유보됐다. 당초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 전기요금 인상이 점쳐졌지만 정부의 유보 권한 발동으로 동결됐다. 연료비 연동제는 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상승하면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왜곡된 전기요금 산정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됐다. 이전까지 연료비가 상승해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전력판매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감안된 조치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 연료비가 상승했음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정부의 입김에 막히면서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 취지까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 조정단가 인상해야 하지만...정부, 유보권한 발동

22일 한전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3개월간 적용될 2분기 전기요금 조정단가는 1분기와 동일한 킬로와트(㎾h)당 -3.0원으로 책정됐다. 연동비 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 전기요금 조정이다. 지난 3개월간 연료비가 상승하면서 이번엔 전기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2분기 전기요금 산정의 기준인 지난 3개월(2020년 12월~2021년 2월)간 연료비를 살펴보면 유연탄과 LNG, BC유는 ㎏당 각각 평균 113.61원, 508.97원, 442.64원을 기록했다. 1분기 산정 기준인 2020년 9~11월 당시 평균(유연탄 108.65원, LNG 350.24원, BC유가 373.33원)과 비교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전기요금 조정단가는 1분기 때보다 ㎾h당 2.8원이 오른 -0.2원으로 결정돼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유보권한을 발동, 전기요금 조정단가 인상을 억제했다. 유보권한은 한전에서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때 정부가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유보 배경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연료비 조정단가 요인이 발생했다”면서도 “지난겨울 이상한파로 인한 LNG 가격의 일시적 급등현상은 반영을 유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생활에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연료비 상승 추이

국제 연료비 상승 추이


유보권한 반복 사용 땐 연료비 연동제 취지 훼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선 부정적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요금 조정단가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그 비용은 한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가구당 평균 1,000원 정도의 혜택이지만 한전 입장에선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올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으로 향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데, 정부가 당장 눈앞에 닥친 선거 시즌을 피하기 위해 꺼내든 임시조치로 보인다는 관측에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선거 시즌만 되면 여야 모두에서 공공요금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다”며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 결정을 부처가 아닌 독립적인 규제위원회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3개월 뒤인 6월에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유보권한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료비 연동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단기적 충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이상한파에 따른 LNG 가격의 일시적 급등의 반영을 유보한 것처럼 다음 번 결정에도 그런 변수들이 감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유보권한 사용이 반복되면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연료비 연동제는 한전의 사업 리스크를 소비자와 나눠 가지는 것”이라며 “지난해 4조 원 넘는 흑자를 올린 한전이 지금 전기요금을 올리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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