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 전남 함평의 엑스포공원 자동차극장. 객석의 자동차 한 대가 상향등을 번쩍번쩍이자 무선 마이크를 든 직원이 해당 차량으로 뛰어갔다. “아따 군수님, 함평나비엑스포가 지역 대표 축젠디, 하긴 한당가요?” 마이크를 받아든 관람객이 질문하자 그 소리가 극장 마당에 선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앞서 차량 70대에 탑승한 군민들은 차량 안에서 FM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스크린을 통해 15분짜리 영화 같은 군정(郡政) 동영상을 시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만든 기초자치단체장과 지역 주민의 ‘비대면 대화’의 한 장면이다.
군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이상익 군수가 유권자들과 접촉할 방법을 찾던 중 나온 방법”이라며 “주민 200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군은 참석자들에게 차량 1대당 최대 4명만까지 탑승하도록 제한했다.
지역구 의원까지 참석한 이날 이색행사는 모두 3부로 나눠 진행됐다. 오전 함평읍 주민들에 이어 오후 1시 30분엔 손불면, 오후 4시엔 신광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정 설명회가 이어졌다. 전조등을 반짝여도 질의 기회를 받지 못한 군민들이 혹시나 경적을 울릴까 염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25일까지 9개 읍ㆍ면을 대상으로 주민과 대화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읍사무소 청사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군수의 답은 차량 라디오로 전달됐다. 정규성 함평이장협의회 회장은 "오랫동안 마을 이장을 수행했지만 오늘처럼 군수와의 대화가 즐거운 적은 없었다"면서 "코로나19로 생각지도 못한 일들도 일어났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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