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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꽃구경

입력
2021.03.2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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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1일 서울 성동구 지하철 용답역 인근 산책로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성동구 지하철 용답역 인근 산책로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미국 러트거스주립대 연구진이 꽃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살피기 위해 깜짝 선물을 전하고 사람의 표정을 살핀 적이 있었다. 양초, 과일상자, 꽃다발을 이전의 다른 실험에 참가한 여성 147명에게 보낸 뒤 배달자에게 수신자의 표정을 관찰케 하는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다른 선물과 달리 꽃다발엔 한 명도 빠짐없이 '진정한 기쁨을 담은 웃음'으로 알려진 '뒤센 스마일'을 지어 보였다. 프랑스의 신경생리학자 기욤 뒤센이 발견한 이 웃음은 입술 끝이 당겨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지며, 광대뼈가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 시인 함민복이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나/ 맞고 볼 일'이라고 했던 효과는 실험으로도 확인된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팀이 스트레스를 준 피험자에게 꽃을 보여주자 공포나 혐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감소했다고 한다. 올라가던 혈압은 3.4%가, 스트레스로 늘어난 호르몬 수치는 21%가 각각 줄었다. 꽃을 보면 심신 이완을 돕는 부교감신경이 30%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있다.

□ 잎도 나기 전에 서둘러 피는 봄꽃이 기다려지는 것도, 가깝든 멀든 꽃구경하러 가고픈 마음이 동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코로나19로 벌써 2년째 제대로 된 꽃구경이 어렵다. 지난해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할 때는 상춘객을 막다 지쳐 꽃밭을 갈아 엎는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었다. 유채꽃으로 이름난 삼척시 상맹방리에서는 올해도 코로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지난봄에 꽃밭을 엎은 뒤 아예 유채 파종을 하지 않았다.

□ 올해는 대면 축제는 열지 않아도 제한된 꽃구경을 허용하는 곳은 늘었다. 지난해 유채꽃을 갈아엎었던 제주 녹산로 일대는 4월 중순까지를 감염예방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방역수칙을 준수한 꽃구경을 허용한다. 30만 그루 벚나무가 만개하는 전국 최대 벚꽃 행사 진해 군항제는 올해도 열지 않지만 지난해 폐쇄했던 꽃구경 명소는 찾아가 볼 수 있다. 떠들썩한 꽃놀이 축제는 없어도 꽃구경으로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어 다행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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