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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72층 아파트 햇빛 반사 피해 배상해야"... 12년만에 최종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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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72층 아파트 햇빛 반사 피해 배상해야"... 12년만에 최종결론

입력
2021.03.22 15: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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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 "햇빛 반사로 생활 방해" 소송
1·2심 엇갈린 판결... 대법, 5년만에 원심 확정
"반사광 생활방해, 수인한도 초과 인정된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건설중인 해운대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 제공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건설중인 해운대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 제공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초고층 아파트 유리벽에서 반사된 햇빛 탓에 인근 주민들이 입은 피해와 관련해 아파트 시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의 일조권ㆍ조망권 분쟁과는 달리 ‘햇빛 반사’를 문제 삼은 국내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는데, 이 같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온 건 소송 제기 후 12년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 인근 아파트 주민 50명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2009년 8월 제기된 이 소송의 원고는 해운대 아이파크로부터 약 300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72층 규모의 아이파크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로 피로감을 느끼고, 수영만 일대 수변 경관에 대한 조망권과 일조권도 침해됐다”고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1심은 원고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햇빛 반사로 주민들 생활이 방해되는 정도가 수인한도(공해, 소음 등을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는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망권 역시 해당 주민들만 향유할 수 있는 이익이라 보기 어렵고, 일조권 피해도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다고 봤다.

2심에선 감정인의 감정, 재판부의 현장검증을 통해 ‘햇빛 반사의 피해 정도’를 따져 봤다. 그 결과, △아이파크 유리면이 일반 유리에 비해 햇빛 반사율이 훨씬 높은 점 △북ㆍ서쪽의 곡선 형태 유리면이 햇빛 반사를 오래 지속시키는 점 등이 입증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실제로 햇빛 반사로 피해 주민들이 '불능현휘'(과다한 빛이 비치는 바람에 사물 식별이 힘든 현상) 피해를 입고, 심지어 연간 187일 동안 이런 현상을 겪은 주민도 있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항소심은 이를 근거로 시공사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근 아파트 부동산 가치 하락, 위자료 등을 반영해 “피해 주민 34명에게 1인당 132만~687만원씩, 총 2억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다만 ‘햇빛 반사로 냉방비가 상승했다’는 주민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건물 외벽 유리에 반사된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생활 방해가 있다고 본 원심 결론이 정당하다”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일조권ㆍ조망권이 아닌, 햇빛 반사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은 전례가 없었던 탓에, 대법원이 사안을 심층 검토하는 데에만 약 5년이 소요됐다. 피해 주민들이 소송을 낸 지 약 12년 만에 나온 최종 판단이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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