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재판 위해 美에 인도된 첫 북한인
제재 사치품 北공급·자금세탁 등 혐의"
미국이 대북 제재를 어기고 모국에 사치품을 보낸 북한인 사업가를 말레이시아로부터 넘겨받아 유치장에 가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관계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자금 세탁 등 혐의를 받아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인도된 북한 국적 문철명(56)씨가 전날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문씨는 재판을 받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추방된 첫 북한인이라고 AP는 설명했다.
문씨는 최근 10년 동안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며 북한 정권을 위해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2008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하기 전 싱가포르에서 북한으로 금지된 사치품을 공급하는 데 관여해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데다, 명의뿐인 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 선적을 지원하기 위한 부정 서류를 만든 혐의도 있다는 게 FBI의 주장이라고 AP는 전했다.
FBI가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한 것은 2019년이다. 워싱턴 연방법원 판사가 그 해 5월 2일 돈세탁 등 혐의로 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은 문씨를 같은 달 체포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신병 인도를 거부해 달라는 문씨의 상고를 이달 초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기각했다.
문씨는 혐의들을 부인하고 있으며, 이번 인도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고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대북 압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의 변호인은 문씨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반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이날 북한 외교관과 가족 등 33명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앞서 1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문씨의 혐의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신병 인도를 요청한 미국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관계 설정에 좋지 않은 변수다. 국무ㆍ국방 장관의 한일 순방 시작 무렵인 16일 백악관은 올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뒤 대북 접촉을 시도해 왔지만 그때까지 북한으로부터 반응이 없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대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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