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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없는데 봉쇄는 더 싫어"… 코로나 피로감에 폭발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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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없는데 봉쇄는 더 싫어"… 코로나 피로감에 폭발한 유럽

입력
2021.03.21 19:04
수정
2021.03.21 19: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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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국 등 유럽 각국 봉쇄 반대 시위 '몸살'
EU "백신 먼저 보내라" 아스트라제네카 압박
덴마크에선 혈전 부작용으로 또 사망자 발생

독일 중부 카셀에서 20일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셀=AFP 연합뉴스

독일 중부 카셀에서 20일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셀=AFP 연합뉴스

방역 위기에 백신 속도전 지연까지 유럽이 설상가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모자란 유럽 각국이 3차 대유행 기로에서 다시 꺼내 든 봉쇄 조치가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주말인 20일(현지시간) 독일을 비롯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루마니아, 스위스, 스웨덴, 그리고 바다 건너 영국까지 유럽 전역이 봉쇄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 백신 접종을 독려해 보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중단 사태로 촉발된 ‘백신 불신’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4차 봉쇄령이 떨어진 독일 중부 카셀에서는 이날 각지에서 모여든 시위대 2만여명이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일부는 경찰에 병을 집어던지며 폭력을 행사했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섰다. 온라인 음모론 집단이 주도한 시위 현장엔 ‘백신 의무 접종 반대’, ‘민주주의는 검열을 용납하지 않는다’ 등이 쓰인 손팻말도 등장했다. 같은 곳에서 방역 수칙 준수를 촉구하는 맞불 시위까지 열리며 한때 긴장감이 커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하고 봉쇄 장기화로 피로감이 쌓이며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북부 리에스탈에선 5,000여명이 ‘침묵 시위’를 벌였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봉쇄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몸싸움이 벌어져 물대포가 동원됐다. 수도권을 포함한 16개 주에 거주지 반경 10㎞ 이내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진 프랑스의 경우 ‘봉쇄 탈출’ 행렬이 이어지며 지방행 기차표가 매진되고 고속도로가 정체되기도 했다.

세계 최상위권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영국도 방역 사정은 유럽과 비슷하다. 이날 성인 인구 절반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는 낭보가 전해졌지만, 런던 도심은 1만여명이 참가한 봉쇄 반대 시위로 시끄러웠다. ‘코로나는 가짜 전염병’이라는 음모론 구호도 빠지지 않았다.

봉쇄 조치를 마냥 끌고 가기 힘든 상황에서 기댈 곳은 백신뿐이다. 유럽연합(EU)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에 먼저 백신을 보내라”며 AZ에 최후 통첩을 날리는 동시에 EU 간부들에게는 EU 조약 122조 발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조항은 EU가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포기하고 백신의 역외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유럽이 이런 조치를 취한 건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처음인데 그만큼 EU가 다급하다는 의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AZ 백신을 공개 접종하며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과 파리 북부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 접종 센터가 차려졌다. 그러나 논란이 해소된 건 아니다. 덴마크에서 AZ 백신을 접종한 의료계 종사자 두 명에게서 혈전과 뇌출혈 증상이 발생, 한 명이 숨지는 일이 또 벌어졌다. 나머지 한 명도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핀란드도 전날 혈전 부작용이 보고돼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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