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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박·북핵·인권"...美 안보 투톱, 文외교 약점만 콕콕 찌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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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박·북핵·인권"...美 안보 투톱, 文외교 약점만 콕콕 찌르고 갔다

입력
2021.03.1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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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왼쪽)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왼쪽)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국 안보 투톱의 이틀간 방한 일정이 마무리됐다. 동맹 강화 의지를 과시하고 '북핵 문제 해결'이 향후 한미 간 1순위 관심사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한 동맹의 표적은 중국을 향했고, 대북대화 재개를 둘러싼 한미 간 온도차는 확연함이 입증된 탓이다. 여기에 북한 인권, 한일관계 개선 등 현 정부가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청구서만 받아쥐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주의가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절제된 공동성명과 달리 사안마다 온도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서욱 국방부 장관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가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4차 회의가 개최된 이후 약 5년 만이다.

4명의 장관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양국 외교가의 관측을 의식한 듯 '우선적으로 조율할 사안'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두 장관은 이날 오후엔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빈틈없는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전한 미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드러냈다. 특히 "2017년 한반도 상황은 전쟁 먹구름이 가득했다고 할 정도로 평화가 위협받았다"며 "다행히 양국(북미)이 잘 협력해서 지금까지 평화를 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 장관들은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긴밀히 소통해 가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기조를 의식한 듯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공동성명과 대통령 예방에서는 절제된 내용이 오간 반면, 회담 안팎에서는 한미 양국 간 시각이 건건마다 엇갈렸다. 전날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을 인권 유린 국으로 몰아붙였던 블링컨 장관은 2+2 회견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를 논의했다"고 재차 거론했다. 공동성명에 중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회의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한 사실을 공개한 셈이다. 오스틴 장관도 회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을 (한국군이)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문 정부 임기 내 전환은 물론, 구체적 시기 확정조차 힘들다는 점을 시사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대화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대화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美, 한미일 3각 협력으로 ‘쿼드’에 조력 요구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 중국 포위망 중 하나인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 참여 문제에서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의용 장관은 "(2+2 회의에서) 쿼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쿼드는 비공식적 동조국들의 모임으로 여러 이슈에서 협력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한국과도 긴밀하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임들이 한미일 3자 협력과 일맥상통한 굉장히 큰 혜택을 가져온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당장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에 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견제 요구 수위가 올라간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미국에게 '함께 하겠다 안 하겠다'를 명쾌하게 답해줄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회담 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서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미국과 중국 간 양자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러한 접근법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중·대북 접근법 이견 두드러져... 한미정상회담 난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최대 유산인 6·12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 계승 여부를 두고는 양측은 분명하게 엇갈렸다. 정 장관은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계승 입장을 취했으나 블링컨 장관은 "포괄적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히며 즉답을 피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향후 대북정책에 압박과 외교적 옵션을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대화와 압박 가능성을 모두 언급한 셈이지만 압박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스틴 장관은 전날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도전들 때문에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수주 내 완성될 것"이라고 한 새로운 대북정책이 두 장관 발언들의 행간에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다. 블링컨 장관이 연일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인 정권 아래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을 압박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방한 기간 '동맹'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대중·대북 접근 방식의 차이만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조속한 시일 내 한미정상회담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지만 미중 갈등과 대북정책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회담 준비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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