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와 방송계의 상생이 색다른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예능계의 트렌드이자 필수 요소가 된 것 중 하나는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놀이문화인 밈(meme)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그대로 가져올 수도 있고,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애초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장면이나 키워드가 밈으로서 온라인에서 큰 사랑을 받게 된다면, 이를 예능이 역수입하는 것도 적지 않은 사례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밈을 만든 인물도 예능에 소환되고 있다. 지난해 '깡' 열풍을 일으킨 비는 올해도 본업과 함께 각종 예능에서 변함없이 활약 중이고,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B대면 데이트' 주역 최준(김해준) 방재호(정재형) 차진석(이용주) 임플란티드 키드(김민수) 이호창(이창호)은 SBS 러브FM '허지웅쇼' 등 라디오에 본캐로 출연했다. 브레이브걸스는 '롤린' 역주행에 힘 입어 각종 예능과 음악 방송을 종횡무진 중이다.
피식대학 멤버들은 '허지웅쇼'에서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신다"거나 "최준의 헤어 스타일은 안재욱 씨를 참고한 것"이라는 비화를 밝혔고, 브레이브걸스 또한 최근 Mnet 'TMI NEWS'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직접 "믿기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감사하다. 스케줄이 정말 많아졌다"는 역주행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같은 밈 비하인드 스토리가 2차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이들의 인기에도 일조하고 있다.
TV 예능과 디지털 콘텐츠의 커뮤니케이션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매회 2~300만 뷰를 기록 중인 카카오TV '찐경규'는 예능 경력 40년 대부 이경규의 디지털 도전기를 담고 있고, 유튜브에서 반년 넘게 확실한 입지를 다진 JTBC 디지털 콘텐츠 '할명수'는 원조 별명 부자 박명수가 유튜브에서 주인공이 되어 펼치는 B급 감성 부캐쇼를 그린다. 베테랑들이 디지털 예능 선두주자로 나선 것이다.
특히 오랜 경력 만큼 기존 것에 익숙했던 이경규와 박명수가 각각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 기존에 해본 적 없는 콘텐츠에 임한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예상 못한 재미까지 안겨준다. 이에 이경규 박명수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지만, 이들이 각 방송을 이끌어나간다기보다, 각 방송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펼쳐진다.
시청자와 네티즌의 동기화, 나아가 더 많은 시청자와 네티즌의 유입을 위해 TV 예능과 디지털 콘텐츠는 뜻깊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트렌드가 출연자로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랑 받는 밈은 TV 예능과 디지털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인터넷 밈은 무궁무진한 소재로서 말 그대로 제한이 없기에 더 매력적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계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접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랜선과 브라운관을 넘어선 이들의 간접적인 협업과 상생이 시청자와 네티즌들에게는 더 큰 웃음을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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