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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로 막히자…직접 반도체칩 개발 나서는 中 기업들

입력
2021.03.17 20: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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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바이트댄스 본사 앞에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이징 바이트댄스 본사 앞에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 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반도체 칩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에 대응, 대대적인 투자로 '반도체 자립'을 선언하고 나선 중국 정부의 방침과 맞물린 행보란 점에서 주목된다. 자체 개발로 반도체 강국인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실은 험난하다. 칩 설계의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원천 기술 부재에 따른 어려움은 상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반도체 칩 개발 나선 중국 회사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최근 인공지능(AI)과 서버용 칩 개발에 착수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달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설계 스타트업인 '무어 스레드'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는데, 이번에 AI칩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최근 이런 방침에 맞춰 칩 설계 전문가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인력 채용에 들어갔다.

중국을 대표하는 트리오 인터넷 기업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모두 칩 개발에 합류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2019년부터 반도체 사업에 진입, AI칩은 물론 자체 CPU 개발도 성공했다. 중국의 구글로 통하는 바이두는 AI칩 사업부서 '쿤룬'에 대해 최근 투자금 유치를 마무리했는데, 그 시장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달했다. 바이두는 올해 말 검색과 산업용 AI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AI칩은 AI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데 사용된다. 틱톡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알아서 맞춤형 동영상을 추전해주는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첨단 AI칩은 필수다. 더구나 최근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로 본격 접어들면서 서버용 칩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클라우드(가상 저장장치)에 저장된 방대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끊김없이 전달하기 위해선 성능 좋은 서버칩이 뒷받침돼야 한다.

中 회사들 의욕은 있지만…원천 기술부재 한계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줄줄이 AI칩과 서버용 칩 개발에 나선 건, 우선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끊어내기 위해서다. 현재 이 분야 최강자는 인텔과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미국산 제품을 사용한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중국을 향해 대대적인 제재 조치를 예고한 만큼 중국 기업의 자체 칩 개발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 정부 역시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만큼 민간 기업들엔 지금이 적기다.

최근 바이트댄스가 올린 칩 설계 전문가 구인 공고. 바이트댄스는 12개 분야에서 전문가를 채용한다고 올려놨다. 사진=중국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최근 바이트댄스가 올린 칩 설계 전문가 구인 공고. 바이트댄스는 12개 분야에서 전문가를 채용한다고 올려놨다. 사진=중국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다만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당장 칩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중국 기업들은 칩 설계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으로부터 기본 설계를 구매해 이를 바탕으로 각종 맞춤형 칩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도 바이트댄스 역시 'ARM 기반 서버칩'부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다. 알리바바 역시 2019년 자체 AI칩(한광800) 개발에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내부용으로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설계 기술이 다소 진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성능 로직을 설계할 준비는 미미한 상태다"며 "칩 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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