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농업법인 차려놓고?
투자자 모집해 수억 차익 챙겨
농지법 위반 기소됐지만 '솜방망이'
기획부동산들의 대표적 투기 행위인 '토지 지분 쪼개기'가 행정수도 세종에서 판치고 있다. 개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땅 쪼개기를 통해 투기를 조장한 기획부동산업계에 대한 비난도 드세다.
17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관내에서 20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된 임야는 모두 381필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0명 이상이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토지는 52필지다.
토지 지분 쪼개기는 특정 법인이 개발이 어려운 임야 등을 시세보다 조금 높은 돈을 주고 매입한 뒤 수십 명에게 공유지분으로 비싸게 되파는 투기 행위다. 세종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법인 한 곳이 수십 필지의 임야를 1,800개로 쪼개 거래한 예도 있다"며 "토지 지분 쪼개기가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년 전 한 기획부동산 업체는 공시지가가 1㎡당 7,400원인 세종시 전의면 임야 9만 9,471㎡를 최고 6배 높은 가격(㎡당 4만6,000원)에 매입했다. 업체는 이후 이 땅을 매입가의 4배가 넘는 가격(1㎡당 19만 9,000원)에 330여명에게 넘겼다. 투자자들은 "인근에 골프장과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이곳도 곧 개발돼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투자를 종용하는 업체의 달콤한 설명에 땅을 샀다. 이를 통해 업체는 15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또 다른 기획부동산 업체는 2억원 수준이던 산기슭 땅을 '지분 쪼개기'로 불과 6개월 만에 3배가 넘는 7억원에 되팔았다. 농업법인 대표 A씨 등 2명은 2017년 11월쯤 세종시 전의면 유천리 과수원 부지 8,000여㎡를 2억 4,000만원에 사들이고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받았다. 이어 A씨 등과 알고 지내던 부동산 매매업자 B씨는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주변에 개발 호재가 많아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고 홍보했다. 이를 보고 14명이 2018년 5월까지 165~1,652㎡씩 나눠 공유지분으로 총 7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들도 "주말 농사를 짓겠다"는 취지로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받았지만 실제론 농사를 짓지 않았다.
이로 인해 농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0월~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분 쪼개기로 땅을 매입한 14명은 가담 정도와 매입한 땅의 규모에 따라 벌금 50만~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다른 농업회사법인도 세종에서 529㎡의 땅을 3,700여만원에 매입해 불과 두 달만에 11명에게 2억여원에 파는 등 세종시 금남면과 장군면, 연서면, 전의면 등 도심 외곽으로 '지분 쪼개기'를 이용한 투기가 번지고 있다.
하지만 공유지분 토지는 토지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거쳐 '토지분할 제한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해 재산권을 행사하는 게 여의치 않다. 개발 기회가 오더라도 적게는 수십 명, 많으면 수백 명에 이르는 토지주들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세종시 토지거래 전문 공인중개사는 "국회 세종의사당이 구체화되고, 여당에서 세종 천도를 세게 밀어붙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계속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공유지분 거래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