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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의 엇나간 ABC 권고... "속보ㆍ어뷰징 경쟁만 하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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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의 엇나간 ABC 권고... "속보ㆍ어뷰징 경쟁만 하자는 건가”

입력
2021.03.16 20: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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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스1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스1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의 발행·유료 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ABC협회의 부수 부풀리기 의혹을 확인했다며 개선안으로 신문 부수와 온라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 ABC 제도' 도입 등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언론사를 어뷰징과 조회 수 경쟁에 내몰아 오히려 미디어 시장의 난맥상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체부는 16일 법인 사무 검사와 신문지국 인터뷰 결과 ABC협회에서 발표한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과 실제 유가율·성실률 간 상당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체부에 따르면 A일보의 경우 2019년 ABC협회가 인증한 유가율은 95.94%였지만, 실제로는 평균 67.24%였다. 성실률도 협회 자료에는 98.09%였지만, 조사 결과 55.36%로 나타났다. 그간 협회의 부수 조작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그 실태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이사회 구조 개선 등 협회 운영방식 개선을 위한 조치와 함께 온라인·모바일로 변화하는 매체 환경을 고려해 종이신문 부수와 온라인신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 ABC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신문산업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기에는 어설픈 대책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시각이다. 온라인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신문사 간 경쟁을 부추겨 저널리즘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 '좋은 기사'도 포털 사이트 전면에 배치되지 않으면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털에의 언론 종속 심화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도 크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성공회대 교수)는 "트래픽 양을 따져서는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ABC협회 문제의 근원에는 정당하지 않게 부수를 뻥튀기한 신문사들에 책임이 있다. 문체부의 조사대로라면 일부 언론사들의 실제 유료 부수는 발표된 수치의 50%에 그친다. 이제라도 모든 신문사들이 실제 유료 부수를 투명하게 공개해, 이번 부수 부풀리기 의혹에 정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협회를 개혁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부수 공사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김 상임대표는 "신뢰를 잃은 데다 신문산업 불공정성을 초래한 협회를 그대로 둔 채로는 대증처방일 뿐"이라며 "문체부의 이번 권고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허찬행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사단법인 협회에 대해 문체부는 권고만 할 뿐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이해관계자인 신문사가 좀 더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협회를 개혁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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