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의혹이 전국 지자체에 파장을 낳고 있다. 해당 단체장을 수사의뢰하는가 하면, 투기 조사를 거부한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는 지자체도 생겨났고, '가짜농부' 신고센터 운영에다 공무원 전수조사 움직임 등 썩은 살을 도려내려는 지자체 대응이 초강수다. 국민 정서법에서 가장 민감한 부동산 인계철선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는 16일 아내 명의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권 수성구청장을 자체 조사한 후 관련 자료를 경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단체장을 수사의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수성구 감사실 측은 "구청장의 토지 거래내역과 정황을 경찰에 제출했다"며 "곧 자금흐름이나 계좌 추적을 통해 투기의혹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구에 따르면 김 청장은 수성구 부청장이던 2016년 3월쯤 아내 명의로 수성구 이천동 농지 420㎡를 2억8,500만 원에 매입했다. 이 농지는 2년 반만에 연호지구 공공택지지구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3억9,000여 만원을 받고 되팔아 1억1,400만 원의 시세차익을 남겨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청장은 "텃밭으로 쓰려고 농지를 매입한 것이고, 개발정보를 이용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수성구청장 아내가 LH에서 추진 중인 수성구 연호지역 공공주택지구에 농지를 구입, 1억 원 가까이 시세차익을 본 것은 명백한 투기"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의혹 조사를 거부하는 공무원은 더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경기도는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거부하는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나 수사의뢰, 고발키로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고자 하는 것은 가렴주구로 백성을 착취하는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면서 “망국의 지름길로 가지 않기 위해 조사 거부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도는 이날 본인동의서를 미제출한 직원 1명을 조사해 사유가 정당하지 않을 경우 중징계할 방침이다.
현장 제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안산시는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논과 밭을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가짜 농부’ 색출에 나섰다. 안산시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지를 취득한 토지주와 농지법 위반 사항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신고자에 대한 비밀 유지는 기본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및 ‘안산시 공익신고 처리 및 신고자 보호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름과 나이 등 신원에 대한 철저한 비밀 유지가 이뤄진다. 신고 행위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보호 조치도 받을 수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3기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전수조사의 하나로 장상·신길2지구와 관련한 부동산 공익 제보 핫라인도 운영한다"며 "부동산 투기행위 근절을 위해 공직자의 부패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투기 논란과 관련해 왕숙·창릉택지지구를 품은 경기 남양주시와 고양시 공직자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왕숙·창릉지구는 각각 2018년 12월, 2019년 5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전 토지 거래가 많게는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16일 성명을 통해 “고양시 전·현직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고양시 공무원 전원에 대해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의당 고양시을 지역위원회도 “LH직원 창릉지구 투기 정황 포착에다 지분 쪼개기 토지거래 등 공무원 전수조사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종에 이어 대전과 충남도 공직감찰팀이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에 나서는 등 전국 지자체가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로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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