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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여아사건, 자백에 의존 한계 속 "피의자 얼굴 공개" 여론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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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여아사건, 자백에 의존 한계 속 "피의자 얼굴 공개" 여론 빗발

입력
2021.03.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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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숨진 여아 친모 석모씨 17일 송치 예정
석씨, 거짓말탐지기 '거짓' 반응에도 부인
"피의자 얼굴공개" 여론 속 자백의존 수사 한계

자신이 낳은 딸과 딸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모(왼쪽 2번째)씨가 지난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자신이 낳은 딸과 딸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모(왼쪽 2번째)씨가 지난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딸의 딸’은 어디에 있나. 죽었나 살았나.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은 사라진 다른 여아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친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이는 석모(48)씨는 끝내 딸의 딸 행방을 밝히기는커녕 자신의 출산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DNA조사를 통해 3세 여아가 석씨의 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서, 3세 여아 친모 17일 송치

16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석씨에 대한 구속기간(10일) 만료가 임박함에 따라 17일 중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후에도 석씨의 출산과 바꿔치기 과정에 도움을 주었을 수 있는 산파나 친지 등을 대상으로 탐문을 이어가는 등 끝까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고 밝혔다.

경찰은 그 동안 3세 여아를 빈 집에 혼자 두고 이사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아동복지법위반 등)로 김모(22)씨를 지난달 구속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8월쯤 아이를 집에 두고 이삿짐을 옮겼다. 김씨는 “전 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여아의 사체는 빌라 아래층에 사는 석씨가 발견했고 신고는 석씨의 남편이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경찰은 김씨가 2018년 3월에 출산한 여아를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한 혐의(아동약취 등)로 석씨를 지난 8일 체포, 11일 구속했다. 아이의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여아는 김씨의 아이가 아닌 외할머니로 알았던 석씨의 아이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씨는 아이 바꿔치기는커녕 자신의 출산사실조차 부인하고 있어 경찰은 자백을 끌어내지 못한 채 구속시한에 쫓겨 송치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사라진 김씨의 딸 행방과 생사 △바꿔치기 동기와 과정 △공범 유무 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16일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결과만 본다면 김씨가 여아를 숨지게 했고, 석씨의 딸이라는 점만 확인한 게 전부다. 석씨의 구속사유인 약취유인도 자백과 물증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바꿔치기 시기가 3년 가까이 지난 데다, 가족관계가 뒤바뀌면서 석씨의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의 한계로 보인다.


친모, DNA·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부인

우선 석씨는 숨진 여아가 석씨의 친딸이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DNA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출두한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숨진 여아는)제 딸(B)이 낳은 아이”라며 자신의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또 이후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도 ‘거짓’반응이 나오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법정에서 직접 증거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수사방향을 잡는데 유용한 기법이다.

하지만 경찰은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딸을 낳았고,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석씨가 딸 김씨가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 한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김씨는 2018년 3월 구미지역 한 산부인과에서 여아를 출산하고 출생신고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석씨가 출산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석씨의 딸이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다른 곳에 잠시 맡겨두었던 자신의 아이를 딸의 아이와 바꿔치기한 뒤 제3자나 보육원에 맡기거나 유기했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의 조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 산파 등 '딸의 딸' 찾기 안간힘

이에 따라 경찰은 석씨가 2018년 3월을 전후해 출산을 도왔을지도 모를 조산소나 산파가 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또 최근 3년간 영유아 변사 및 실종사건을 다시 확인 중이다. 동시에 구미시와 인근지역 보육시설을 상대로 김씨의 딸과 비슷한 아이가 있는지도 탐문 중이다.

이번 사건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어린 나이에 출산해서 양육 도중 재혼하면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난(것으로 여긴) 세 살도 안 된 아이를 그대로 두고 갔다는 점, △바로 아래층에 산다는 친정부모가 집주인의 연락이 올 때까지 반년 간이나 몰랐다는 사실, △결정적으로 숨진 아이가 딸의 딸이 아닌 ‘외할머니’의 딸이라는 점, △더구나 함께 사는 남편이 배우자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몰랐다고 한 점 등은 20~30년을 강력사건을 맡아온 형사들도 놀라게 했다.


구미서에 맘카페 항의전화 빗발

사건이 알려지자 구미경찰서에는 전국의 맘카페 회원 등이 걸어온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아이를 방치한 어린 엄마와 바꿔치기한 ‘외할머니’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요구였다. 또 아이 바꿔치기 혐의를 받고 있는 석씨의 얼굴을 공개하는 등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게 사건해결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여론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한 아이는 숨졌고, 다른 아이는 행방을 알 수 없어 하루빨리 생사를 확인하고 소재지를 찾는 게 급선무이고, 이 같은 범행을 한 사람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입증하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며 “신병을 송치하더라도 아이의 행방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낳은 딸과 딸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모씨가 지난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자신이 낳은 딸과 딸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모씨가 지난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구미= 추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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