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국방장관 방한 앞둔 시점 주목?
우리 정부에 '대화 거부는 北' 우회 설명
美 대북정책 공식화 전 北 반응이유? 없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접촉 시도를 공개한 의도와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 18일 미 국무·국방장관의 한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밝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의 북미대화 요구를 의식한 제스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부는 그간 북한과의 협상 재개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한미 '2+2 회담'과 청와대 예방 등에 앞서 나름대로 북미대화 재개 노력을 해왔지만 '호응하지 않는 측은 오히려 북한'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했다는 분석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2월 중순 이후 뉴욕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이에 대한 어떤 답변도 없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한미 외교 당국 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미국의 대북 접촉에 대한 한미 간 정보 공유를 확인했다.
미 측이 북한과의 물밑 접촉 사실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굳이 공개하려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고위 관리들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접촉 노력'을 의도적으로 흘렸을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요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17~1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기간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요구할 참이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응답이 없다'는 미 측에 조속한 대화 재개를 강하게 요구할 명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 문제를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측의 대화 제의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띤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미 고위 당국자가 언급한 '뉴욕 채널'은 유엔 내 북미 대표부 간 채널로서 가장 기본적인 소통 채널이다. 그동안 가동과 중단이 수시로 반복된 터라 북한 측의 무반응이 반드시 '대화 의지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대북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 측의 대화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잡을 이유도 없다.
스웨덴 등 북한 대사관이 있는 제3국 채널을 활용했을 수도 있지만 평양에서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당국의 한 관료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북미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대화 재개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하물며 대북정책을 공식화하지 않은 미국 새 행정부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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