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백신 책임자 지방 수장 압박
처음 입 뗀 바이든 "조사 지켜보자"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州) 지사의 ‘성추행’ 파문이 정가를 달구면서 소속 정당인 민주당 내 혼란도 커지고 있다. 잇단 사임 요구 속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신중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하지만 쿠오모의 최측근이 지역 수장들에게 ‘충성 확인’ 전화를 돌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뉴욕주의 한 카운티 관계자를 인용, “래리 슈워츠가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카운티장들에게 전화해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충성심을 떠보고 지지를 결집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전화를 받은 익명의 관계자는 불안감에 뉴욕주 법무부 공공청렴국에 윤리고발을 제기하겠다는 통지도 보냈다. 쿠오모 주지사의 최고위 보좌관을 지낸 슈워츠는 뉴욕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급을 총괄하는 ‘백신 차르(최고책임자)’로 통한다. 백신 물량 확보가 중요한 지방 수장들 입장에선 그의 전화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슈워츠는 WP에 “카운티장들에게 백신 문제를 꺼낸 적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여론은 그의 결백을 믿지 않는 눈치다. 아서 캐플런 뉴욕대 의대 의료윤리소장은 “생명을 구하는 백신을 관리하는 사람의 정치적 충성 요구는 막강한 숨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쿠오모 주지사는 전직 보좌관 등 최소 6명의 여성을 성추행 또는 성희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뉴욕주 검찰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의혹이 눈두덩이처럼 불어나자 최근 민주당 지도부도 사임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친정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일단 거리를 뒀다. 그는 이날 ‘쿠오모 주지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무슨 결과가 나오는지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이날 A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쿠오모에 사퇴를 요구하는 대신 “주지사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마음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사직은 쿠오모가 가진 고려사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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