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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이용자들 노리는 빈 박스 거래에 속지 마세요"

입력
2021.03.16 06:00
수정
2021.03.25 10:5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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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거래와 전쟁 벌이는 정용은 스토어링크 대표
AI가 마케팅 도와주는 퍼포먼스 마케팅 기술 개발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나 쿠팡, 지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관련 판매 업체들이 나열된다. 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기 업체 순으로 나열돼 이용자들은 위쪽에 보이는 곳들을 이용한다. 그만큼 상위 노출 업체들을 믿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허수가 있다. 일부 업체들이 '빈 박스 거래'라는 비정상적 방법을 동원해 순위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빈 박스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까지 등장해 판매업체 순위를 조작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 보다 못해 정용은(35) 대표가 마케팅 전문 신생기업(스타트업) 스토어링크를 창업해 불법 거래와 전쟁에 나섰다.

정용은 스토어링크 대표가 서울 중림로 사무실에서 소비자를 속이는 빈 박스 거래가 횡행하는 것을 막고 합법적인 마케팅을 위해 스타트업을 창업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빈 상자 보내 판매된 것처럼 속이는 빈 박스 거래

예전에는 판매업체 순위를 올리기 위한 편법으로 접속횟수(트래픽)를 늘리는 '어뷰징' 꼼수를 썼다. 그러나 요즘은 포털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트래픽 몰아주기인 어뷰징을 기술적으로 차단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해당업체나 상품명을 조회만 해도 순위가 올라갔어요. 그러나 요즘은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들이 어뷰징을 하면 적발해서 순위를 떨어뜨려요. 대신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들은 실제 판매를 순위에 반영해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빈 박스 거래다. 빈 박스 거래는 상품을 넣지 않은 빈 상자를 누군가에게 택배로 보내 마치 판매가 일어난 것처럼 위장하는 속임수다. 굳이 빈 상자를 보내는 이유는 포털이나 온라인 쇼핑몰들이 택배 송장번호를 입력해야 판매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위를 올리고 싶은 판매업체들이 빈 박스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불법업자들의 유혹에 곧잘 넘어간다. 불법업자들은 의뢰 받은 판매업체의 상품을 대량 주문한 뒤 건당 5,000원 가량 받고 주문 숫자만큼 빈 박스를 택배로 보낸다. 즉 가짜 주문에 가짜 택배를 보내는 것이다. "불법업자들은 빈 박스 거래로 의뢰한 판매업체의 순위가 올라가면 성사료를 따로 받아요."

불법업자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모 인터넷중개 플랫폼의 쇼핑몰 분야에 가보면 빈 박스 거래를 홍보하는 불법업자들이 많습니다. A사의 경우 지난해 2만여건이 넘는 빈 박스 거래를 했습니다."

판매업체들이 빈 박스 거래를 의뢰하는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광고하는 것보다 빈 박스 거래를 의뢰하는 것이 더 싸요. 비용 대비 매출을 알 수 있는 광고수익률(ROAS)을 보면 네이버 검색 광고는 평균 200~300%에요. 즉 100만원 쓰면 200만~300만원 매출이 나온다는 뜻이죠. 그런데 빈 박스 거래는 ROAS가 1,000%를 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판매업체들이 빈 박스 거래를 계속 하게 되죠. 문제는 소비자가 빈 박스 거래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일부 마케팅 중개 플랫폼에 올라온 빈 박스 거래업체들.


스토어링크가 받은 모 업체의 빈 박스 거래 안내문. 스토어링크 제공


공정위와 포털, 쇼핑몰들은 왜 사기 행위를 방치하나

정 대표는 빈 박스 거래가 쇼핑몰 생태계를 망친다고 본다. "빈 박스 거래는 이용자를 속이는 기만 행위에요. 사기죠. 정상적 방법으로 판매를 하는 업체들에게 공정 경쟁의 기회를 빼앗고 이용자들에게 불신을 심어주죠."

정 대표는 빈 박스 거래를 포털과 쇼핑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포털과 쇼핑몰에 매주 빈 박스 거래를 찾아내 신고하고 있습니다. 빈 박스 거래를 의뢰한 뒤 배송된 빈 박스 사진을 찍어서 네이버와 쿠팡 등에 신고했어요. 그런데도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네이버, 쿠팡 등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들은 판매가 일어나면 판매업체로부터 평균 5% 수수료를 받는다. "포털이나 쇼핑몰들은 빈 박스 거래로 손해를 보지 않아요. 오히려 거래액이 늘어나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든 빈 박스 거래든 상관하지 않죠."

정 대표는 추적 결과를 토대로 포털과 쇼핑몰들이 일부러 빈 박스 거래를 모른 척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포털이나 쇼핑몰들은 불법 판매 행위 신고를 받으면 해당 업체에게 3개월의 소명 기간을 줘요. 그 안에 소명하지 않으면 해당 업체 제품을 삭제하고 경고하죠. 경고가 누적되면 아예 해당 업체는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정 대표는 8개월 간 신고 내용을 추적 조사했다. "8개월 전에 빈 박스 거래를 의뢰한 판매업체들의 화장품, 음식, 의류 등 제품 103건을 찾아내 네이버와 쿠팡 등 각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에 신고했어요. 3개월 소명 기간이 지났는데도 신고된 제품들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어요."

반응이 없기는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공정위에 여러 번 신고했지만 답이 없네요. 빈 박스 거래는 허위 거래를 금지한 전자상거래법 위반이에요.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다수 판매자들의 판매 의욕과 매출을 떨어뜨리죠. 한마디로 공정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에요."

법에도 허점이 있다. 허위 거래를 금지한 전자상거래법은 빈 박스 거래를 의뢰한 판매자만 허위 거래로 처벌할 수 있다. 택배 상자만 보낸 빈 박스 업체는 판매 행위를 한 것이 아니어서 처벌하지 못한다. "변호사 자문 결과 빈 박스 거래업체를 처벌하려면 사기죄로 고소 고발하는 수 밖에 없어요. 사기죄는 공범도 처벌하기 때문에 빈 박스 거래업체를 공범으로 보는 거죠. 그러나 이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니 힘들어요."

정용은 스토어링크 대표가 서울 중림동 사무실에서 AI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매업체의 노출 순위를 올려주는 퍼포먼스 마케팅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대안으로 AI 이용한 퍼포먼스 마케팅 기술 개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 대표는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퍼포먼스 마케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AI가 의뢰 업체의 상품 정보와 시장 경쟁 상황, 쇼핑몰 판매 실태 등을 분석한 뒤 포털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순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국내에서 AI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판매 순위를 올려주는 곳은 스토어링크가 유일하다. "소비자를 속이는 빈 박스 거래와 달리 합법적으로 판매 순위를 끌어 올리는 방법을 제안하고 예상 광고수익률까지 보여줍니다."

정 대표는 독보적 기술인데도 기술 노출을 우려해 일부러 특허 출원을 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 특허 출원만 진행하고 있다. "기술 특허를 출원하면 구체적 구성 원리를 모두 밝혀야 합니다. 사실상 우리의 비밀을 공개하는 셈이어서 일부러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았어요."

스토어링크의 AI가 판매 순위 향상을 위해 제시하는 방법은 구체적이다. 얼마나 상품을 팔아야 하고 후기를 몇 건이나 작성해야 하며 방문자 수가 몇 건이 돼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스토어링크는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까지 대신 해준다. 이를 위해 스토어링크는 2만명의 지원자로 구성된 구매 체험단 사이트 '퍼그샵'을 따로 운영한다. 퍼그샵은 판매 순위 향상을 의뢰한 업체가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링크를 모아 놓은 곳이다.

구매 체험단은 이 곳에서 원하는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해 구매한 뒤 후기를 작성한다. 후기는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에 게시돼 판매 순위에 반영된다. 구매 체험단은 후기를 작성하면 구매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상으로 돌려 받는다. "현재 약 200종의 상품이 퍼그샵에 올라와 있습니다. 구매 체험단은 여기서 상품을 구매한 뒤 소신껏 후기를 작성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체적 이유와 함께 낮은 평점을 주죠."

그래서 정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제품의 품질이라고 강조한다. "품질은 좋은데 마케팅 방법을 몰랐던 업체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면 매출이 계속 올라요. 실제로 모 해장국업체는 지난해 포털 판매 순위가 102등으로 하루 매출이 15만원이었는데 퍼포먼스 마케팅을 실시하고 한 달 뒤 일 매출이 7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좋지 않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을 실시할 때만 반짝 순위가 올라가죠."

스토어링크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해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구매시 5,000원, 후기 작성시 1,000원을 받기 때문에 의뢰 업체 입장에서는 1명당 6,000원 이상 비용이 든다. "비용은 빈 박스 거래보다 비싸지만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양심적 마케팅이어서 의뢰 업체가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10배 이상 뛴 와인바

최근 정 대표는 의미있는 실험을 했다. 온라인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오프라인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적용한 것이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영업에 타격을 받아 일 매출이 20만원 이하였던 서울역 인근 와인바 의뢰를 받아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했다.

AI로 와인바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인플루언서)들을 분석한 뒤 500명을 추려서 쿠폰이 포함된 초청장을 보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와인바를 방문해 올린 후기들이 포털에 집중 게시되며 검색창에 '서울역 와인바'를 입력하면 해당 업체 후기들이 상위에 연달아 노출됐다. 덕분에 해당 와인바는 하루 매출이 200만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오프라인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할 전담 사업 조직을 꾸렸다. 또 별도 사이트도 상반기 중에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독학해 고3 때 첫 창업

정 대표는 창업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첫 번째 창업은 독학한 프로그래밍으로 고 3때 했다. "반복 작업을 자동 수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1억원 이상 벌었어요." 이후 국민대 식품생명공학과에 진학해 창업 동아리에서 선배들과 쿠폰 판매 사이트를,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중요한 약속을 공유하며 알려주는 알림 메시지 업체 삼팔청춘 등을 창업했다. “재미있는 서비스여서 이용자가 몰렸으나 돈이 없어 장비를 늘리지 못해 모두 접었습니다.”

2019년 네 번째 창업한 스토어링크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의뢰업체가 꾸준히 늘어 매출이 월 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말 레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도 받고 직원도 30명까지 늘었다.

올해 정 대표의 목표는 사업 확대와 해외 진출이다. 이미 사업 확대를 위해 유통 대기업들과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온라인 경험이 적은 일부 유통 대기업들과 온라인 전문 유통 서비스 대행 사업을 논의 중입니다."

하반기에는 국내업체들의 상품을 아마존 등 세계적 온라인 쇼핑몰에서 노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추가 투자 유치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 판매자의 매출을 올려주는 최고의 퍼포먼스 마케팅 플랫폼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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