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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의 불꽃을 담다

입력
2021.03.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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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백진현 경북도향 지휘자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 '1917'

편집자주

'오케스트라 음악의 꽃'으로 불리는 교향곡(Symphony). 국내 최대 교향곡 축제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립니다. 한국일보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1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무대에서 연주될 교향곡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다음달 7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을 지휘하는 경북도향 지휘자 백진현.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달 7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을 지휘하는 경북도향 지휘자 백진현. 예술의전당 제공


'레닌을 기억하며.'

쇼스타코비치는 1961년 자신의 열두번째 교향곡을 쓰며 악보에 이렇게 썼다. 교향곡 12번의 표제는 '1917'. 1917은 혁명가 레닌의 주도로 일어난 러시아 혁명의 해다. 교향곡 12번은 그해 10월 혁명을 묘사한 표제음악이다. 혁명 당시 열한살이었던 쇼스타코비치는 "10월 혁명의 증인"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어린 시절 레닌의 연설을 직접 본 기억이 있는데, 평생 작곡에 큰 영감을 받았다.

다음달 7일 백진현 지휘로 경북도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1917'은 이런 이유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가운데 5번과 함께 가장 사실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백 지휘자는 "코로나 블루로 온 세계가 어려운데, 정제됐지만 역동적인 선율을 통해 혁명의 에너지가 주는 진한 감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경북도립교향악단.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달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경북도립교향악단. 예술의전당 제공


혁명을 소재로 탄생한 교향곡답게 각 악장에 붙은 부제도 심오하다. 1악장은 '혁명의 페트로그라드' 2악장은 '라즐리프' 3악장 '오로라' 4악장은 '인류의 새벽'이라는 이름으로 연주된다. 1, 2악장은 러시아 혁명의 공간적 배경을, 3악장은 페트로그라드의 네바강에 정박해 있던 순양함 이름을, 4악장은 혁명가들의 삶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4개 악장의 교향곡 구성이지만 모든 악장이 끊기지 않고 연주되는 탓에 교향시 성격도 보인다.

1악장부터 진중한 분위기로 첼로, 더블베이스 등이 혁명이 도래했음을 알리고 소련 노동자들의 민요풍 선율이 등장한다. 2악장에서는 혁명 전야의 고요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나타난다. '라즐리프'는 페트로그라드 북쪽에 있는 마을 이름으로, 레닌은 이곳에 머물며 혁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악장에 들어서면 군함 '오로라'가 발사한 공포탄을 시작으로 혁명이 발발한 상황이 연출된다. 현악기의 피치카토(현을 튕기는 주법)와 타악기, 팀파니의 연주가 혁명군의 돌격을 연상시킨다. 4악장에 가면 금관악기의 화려한 팡파르로 혁명이 마무리된다.

경북도향은 이 중에서도 느린 2악장에 주목했다. 백 지휘자는 "혁명을 준비하는 극도의 긴장된 분위기가 인상적인데, 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인간의 고뇌와 극복 의지, 새로운 도전을 향한 결단이 느껴진다"며 "저음 현악기부터 호른, 플루트, 클라리넷, 타악기 등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하이라이트"고 설명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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