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정복을 코앞에 두고 아쉬운 고배를 마셨다. 그래미 수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은 '철옹성' 같던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거두며 국내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방탄소년단은 14일(현지시간) 오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본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그래미 어워드 프리미어 세리머니(Premiere Ceremony)'에서 'Dynamit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올라 유명 팝스타들과 각축전을 벌였다.
올해 같은 부문 후보로 테일러 스위프트·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저스틴 비버·두아리파 등 쟁쟁한 팝스타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치열한 각축전 끝 해당 부문 수상의 영예는 레이디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이 노미네이트 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2012년 신설된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로, 듀오·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수여돼 왔다.
무엇보다 이들의 수상 여부가 이목을 모았던 이유는 그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가수가 해당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적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가수 최초로 해당 부문 노미네이트에 성공하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이날 수상에 고배를 마시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지만, 방탄소년단이 철옹성 같던 '그래미의 벽'을 한 단계 넘었다는 점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K팝 가수의 국위 선양'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지만, 백인 중심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으로 오랜 시간 오명이 뒤따랐던 그래미에서 이들이 주요 시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K팝의 위상 입증을 넘어 그래미의 보수적인 철옹성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에 던진 '다양성'의 화두라는 물결이 기존 체제를 뒤바꿀 파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여기에 이번 시상식이 방탄소년단의 첫 노미네이트 '신고식'이었다는 점은 이들의 향후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 역시 높인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미국 음악 시장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며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첫 목표였던 '빌보드 200' 차트인과 1위 정복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에는 빌보드 '핫 100' 정상까지 꿰차며 현지에서의 독보적인 입지를 입증하며 '계단식 성장'의 정석을 밟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지금껏 그래왔듯 방탄소년단이 결국 그래미 정복의 산 역시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 이번 수상 고배는 이들이 몸소 써 내려가고 있는 '성장 서사' 가운데 한 지점에 불과하다. 방탄소년단 슈가 역시 이날 결과 발표 이후 팬 커뮤니티를 통해 "올해 더 열심히 달리자"라는 글을 게재하며 재도전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
지난 2019년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어워드'에 입성한 뒤 지난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통해 퍼포머로 시상식에 참여했던 이들이 3년 연속 참석한 올해 그래미에서 결국 첫 노미네이트라는 성과를 일궈냈던 것처럼, 이들이 결국 그래미의 벽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확신 어린 기대가 모인다.
수상 불발과 무관하게, 방탄소년단이 일궈낸 이번 성과는 분명 한국 대중문화의 쾌거다. 그 누구도 이번 결과를 '실패'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이번 도전이 더 큰 걸음을 위한 '의미 있는 시작점'임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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