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물밑 접촉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8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검토 기간엔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경우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접촉 첫 공개... 北 묵묵부답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이후 '뉴욕 채널'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까지 평양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말기 여러 차례 노력에도 지난 1년 넘도록 북미 간 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미 측으로부터 사전에 관련 사항을 공유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만큼 협상 재개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접촉 시점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다 한미연합훈련에 앞서 북한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던 때였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상황 관리 차원의 대화 제의였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등 적대시정책의 일부도 철회하지 않으면서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강(强) 대 강(强)·선(善) 대 선(善)’ 원칙을 천명하고, 미국의 선제적 양보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시도에 즉각 반응하는 것은 이를 뒤집는 모양새라는 점도 의식했을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를 기다린 것처럼 비치면 향후 대미 협상력이 떨어진다"며 "국무부 등 믿을 만한 부처의 고위급 접촉이 아니었을 경우 형식적 접근으로 판단해 무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방한, 北美 탐색전 종료 계기 되나
하지만 북미 간 '무언의 신경전'은 진행 중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연기와 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을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덧붙였다. 지난달에도 상업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영변 핵시설 단지 내 우라늄 농축공장이 가동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 측의 대화 손짓에는 반응하지 않은 채 북한의 불분명한 핵시설 가동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은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본격 대화 재개 이전 몸값을 올릴 수 있고,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내외 경각심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교수는 "침묵에도 메시지가 있다"며 "이번 대화 불발도 어떤 면에선 북한과 미국이 전략적 소통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 간 탐색전의 종료 시점과 관련해 오는 15~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수주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블링컨 장관의 순방 직전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홍민 연구위원은 “4월 말에서 5월 초쯤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리되면 북한도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대화 제의를 수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미훈련 시기와 블링컨 장관의 방한이 겹쳐서 북한이 저강도 도발로 시선을 끌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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