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 내 아시아계 증오범죄 149% 증가
바이든 대통령 "미국답지 않아 즉각 중단돼야"
미국 뉴욕에서 80대 한국계 할머니가 4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아시아계 ‘증오 범죄’의 여파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까지 나서 폭력 중단을 호소했지만 나이와 성별을 불문한 인종차별 범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뉴욕주(州) 화이트플레인스 경찰은 한국계 미국인 낸시 도(83)씨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11일 체포했다. 넴버드는 앞서 9일 화이트플레인스의 한 쇼핑센터에서 공병과 캔을 수거하던 도씨를 아무 이유 없이 폭행했다. 공격을 받은 도씨는 머리를 땅에 찧고 정신을 잃었다. 얼마 후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범인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용의자가 노숙인이며, 최소 4차례 경찰에 붙잡혔던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2급 폭행 혐의를 받는 넴버드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징역 7년을 선고 받게 된다. 도씨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피가 났지만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었다”면서도 “살면서 3번의 전쟁을 겪어 평화를 원한다.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신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폭력이 미 전역에서 속출하는 가운데 나온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했다. 주 정부 역시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미리암 로카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는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인종차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혐오 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폭력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선버너디노 증오ㆍ극단주의연구센터는 최근 미국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가 지난해 전년 대비 149%나 폭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뉴욕시에서 보고된 아시아계 혐오 범죄는 28건으로 2019년(3건)보다 9배 넘게 늘었다. 미국 내 인종혐오 범죄가 7%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자 다양성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첫 생방송 대국민연설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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