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코로나19로 일찍부터 취업 준비 들어간 19학번
편집자주
두 번째 '코로나19 신입생'을 맞이한 대학가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강의와 시험 등 학사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반면 올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학생과 교수들도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들에겐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다행히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노멀'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학년(21학번), 2학년(20학번), 3학년(19학번)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정다연씨는 올해 3학년이 됐다. 정씨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방학 동안 컴퓨터 자격증을 땄다. 개강을 하고 얼마 안 돼 토익 시험을 봤다. 최근에는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읽으며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 이번 학기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고 여름 방학 동안에는 인턴을 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씨는 올해(2021년) 교환 학생을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계획을 '전면 수정' 해야만 했다. 교환 학생 가는 것을 포기하자, 미래에 대한 고민이 앞당겨졌다. 강의는 물론 모든 모임이 비대면으로 제한되면서 평소 만나던 사람들과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변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
대학생에게 2학년이란 '마지노선' 같은 시기이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앞두고 대학생활을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는 황금기다. 그러나 19학번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예년과는 다른 2학년을 보내야 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로 즐기고 싶어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성장통을 겪었던 19학번들은 선배들보다 일찍 눈앞의 현실을 보게 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학회, 공모전, 해외유학까지… 비대면이 더 많은 걸 줬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대학 생활을 모두 경험한 19학번들은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정씨는 지난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우선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이용해 정보경영학회 세미나와 공모전에 참여했다. 또 학교에서 온라인 직무 컨설팅 교육을 받으며 앞으로의 진로 계획을 세웠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해외 유학 프로그램 역시 비대면으로 바뀌어 멕시코로 '랜선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서울 집에서 멕시코 대학의 강의를 실시간으로 듣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비전공자들을 위한 과정이어서 정씨를 비롯해 서어서문학과 학생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프로그램 자체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참여 인원이 늘어났고 정씨는 뜻밖의 기회를 얻은 것. 서어서문학과인 정씨는 "코로나19 덕분에" 원했던 멕시코 대학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대학생활에 대해 정씨는 "이전에는 놀기에 바빴지만 코로나19 이후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정씨는 물론 주변 친구들까지 각자 집에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코로나가 앞당긴 19학번들의 취업 준비
같은 대학 김가윤씨 역시 지난해 온라인으로 학회 활동을 했다. 김씨는 원래 취미 생활 위주의 동아리 활동을 하려 했었다. 지난해 초 외국인 교환 학생들을 돕는 봉사단체에 들어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계속할 수 없었다.
대신 비대면이 가능한 학회에 들어갔다. 3학년 이후에나 참여하려 했던 취업 준비를 위한 학회 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졌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주저앉아서 포기할 게 아니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주로 찾는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김씨와 같은 '이른 취준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격증 준비, 직무 공부 등 취업 준비를 시작한 학생들이다. '강제로 알찬'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내심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씨는 "2학년이 제일 재밌다고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다"고 전했다. 3학년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취미 생활을 즐길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김씨의 취미인 공연 관람은 코로나19로 할 수 없게 됐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 그나마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학회였다. 물론 학회마저도 모임이 제한돼 세미나 위주의 활동을 했다. 김씨는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서 학회 활동과 학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대학 생활 제대로 못 한 후배들 걱정돼…"
지난 한 해 코로나19가 당황스러웠던 것은 신입생이었던 20학번뿐만 아니라 2학년이었던 19학번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학생회 활동을 했던 대학생 이주형씨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강 전까지만 해도 후배들을 만나 챙겨 줄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곧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졌고, 이씨의 기대는 산산이 깨져버렸다.
갑자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OT)마저 취소되어 20학번들은 학교나 대학 생활에 대해 알 방법이 없었다. 이씨와 같은 선배들은 20학번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애썼다.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해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방탈출 게임'을 하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가끔 후배를 직접 만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자신의 신입생 때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새터를 가고, 축제에 갔던 일상들이 마치 전설처럼 전해졌다.
그랬던 20학번 후배들이 이제 '선배'가 됐다. 그들을 바라보는 19학번들의 심정은 복잡미묘하다. 이씨는 후배에게 "내년에 새터 가면 누가 알려주냐"고 말하곤 한다. 학생회 간부였던 이씨는 군 휴학을 해 물러나고, 20학번 후배가 대신 그 역할을 맡았다. 이씨에겐 여전히 '새내기' 같은 후배가 21학번 후배들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흐뭇한 마음을 느끼는 한편, 걱정도 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19학번 김규진씨는 20학번 후배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학교에 오는 일부 20학번들이 신입생인 21학번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나마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조금 낫다"며 "지방에 있거나 학교에 오지 않는 후배들이 더 소외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는 캠퍼스의 많은 것들을 바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끝난 이후에도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속에서도 관계와 소통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코로나 학번' 대학생들의 노력은 캠퍼스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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