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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아픔' 투영한 文 정부, 미얀마 군부에 제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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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아픔' 투영한 文 정부, 미얀마 군부에 제재 단행

입력
2021.03.12 2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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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대상 독자 제재 단행은 이례적
최루탄?등 수출 금지·ODA 지원 재검토
국내 미얀마인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아산=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아산=뉴시스


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유혈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를 겨냥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란과 북한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독자적으로 제3국을 대상으로 제재를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고 밝혀 온 문재인 정부가 미얀마 사태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는 12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 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얀마 군부에 대한 대응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용물자 수출 금지·국방 교류 중단

9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손수 만든 방패를 들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손수 만든 방패를 들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이에 따라 정부는 미얀마와 국방·치안 분야에서 신규 교류 협력을 중단키로 했다. 최근까지 추진돼 오던 한·미얀마 군 당국 간 정례 협의체 구성을 중단하고 미얀마 장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도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아울러 군용물자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허가도 엄격하게 심사한다. 화학물질 등 이중용도 품목도 이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2015년과 2018년에 각각 최루탄과 군용트럭을 미얀마에 수출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양국 간 군용 물자 교역은 없는 상태다. 미얀마 군부를 옥죄기는 어렵지만 미국 등의 군부 인사 제재와 맞물릴 경우 압박 효과를 낼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미얀마와의 개발협력(ODA) 사업도 재검토한다. 미얀마는 아세안(ASEAN) 내 우선 협력대상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시행하는 아세안 대상 ODA의 약 25%를 차지한다. 2019년 ODA 규모는 9,000만달러에 이른다.

"민주주의 가치 중요"... 이례적 첫 독자 제재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재한 미얀마인들과 사회노동부위원회 스님들이 미얀마를 장악한 군부정권을 반대하며 유엔 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12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재한 미얀마인들과 사회노동부위원회 스님들이 미얀마를 장악한 군부정권을 반대하며 유엔 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정부가 이처럼 포괄적 규모의 독자 제재 조치를 단행한 전례는 없다. 인권 변호사 출신의 문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권이 미얀마 사태에 '5·18 광주의 아픔'을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그만큼 (정부가) 인권이나 민주주의 가치를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 전반적으로 미얀마 상황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얀마 국민들에 대한 폭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같은 날 "41년 전 광주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광주시민이 흘렸던 눈물을 함께 닦아주며 힘을 보탰던 세계인들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이 자국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한다. 체류 기간 연장이 어려운 미얀마인이 계속적인 체류를 희망할 경우 임시로 허용하고 체류 기간이 만료된 미얀마인의 강제 출국도 당분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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