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을 앞두고 그를 만난 인터뷰 장소는 연습장이었지만, 2021 시즌을 앞둔 최근 만난 장소는 화보 촬영장이었다. 훈련은 물론 방송, 광고촬영, 인터뷰 등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귀갓길은 언제나 ‘기절 모드’다. 그러나 그는 잘 안다. 바쁨이 기쁨이라는 것을. 지난겨울만 해도 겪지 못했던 일들을 넘치도록 경험하고 있는 박현경(21ㆍ한국토지신탁) 얘기다.
박현경에게 지금까지 이런 겨울은 없었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으로 열린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2승을 거둔 박현경은 어느새 KLPGA 최고 스타가 돼 있었다. 그는 “많은 일정이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성적이 나지 않았을 땐 누릴 수 없던 일들”이라며 “이런 기회들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실제 최근 1년 사이 박현경의 골프 인생은 확 바뀌었다. 임희정(3승), 조아연(2승) 등 동기들이 8승을 합작한 데뷔 시즌에 홀로 우승을 거두지 못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그런 그에게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ㆍ솔레어)이 “데뷔 시즌에 빛을 못 본 나의 과거를 보는 것 같다”며 힘이 돼줬고, 박현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18개만 치러진 상황에서도 기어코 2승을 쌓았다.
얄궂게도 우승한 두 대회 모두 ‘절친’ 임희정과 마지막까지 정상을 다퉜다. 박현경은 “두 번째 우승인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은 최종라운드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비를 맞으며 연장 승부를 벌였다”며 “데뷔 후 첫연장 승부라 떨렸지만 이전까지 비 오는 날 성적이 좋았기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했다. 박현경은 그럼에도 “희정이가 우승만 없었지, 첫 시즌보다 꾸준한 성적을 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좋았던 추억 가운데 하나는 박인비(33)의 초청 대회인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참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KLPGA 투어 스타들만 초청해 치르는 사실상의 ‘여자골프 올스타전’에 처음 참가했다. 박현경은 “골프는 개인 성적이 중요하지만, 그 대회만큼은 KLPGA 선수들이 뭉쳐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은퇴할 때까지 꼭 나가고 싶은 대회”라고 했다.
박현경은 새 시즌 목표를 ‘꾸준한 성적’에 뒀다. 실제 그는 시즌 막판이던 10월과 11월 20위권 안에 든 적이 없다. 이번 시즌이 정상 개막한다면 지난 시즌보다 훨씬 많은 31개 대회를 치러야 한다. 그는 “과거엔 우승을 바라보며 훈련했지만, 이번 겨울엔 트레이너와 함께 일주일에 5, 6일씩 체력훈련을 하며 운동량을 늘렸다”며 “우승 직후 열린 대회 때 성적이 안 좋았던 지난 시즌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하나의 바람은 코로나19 종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져 갤러리 앞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박현경은 “갤러리 환호 속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상상을 해 왔다”며 “올해는 빨리 갤러리들과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