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1세기 말에는 국내 내륙습지의 약 26%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트리아, 큰입배스 등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15~2020년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생태계 피해를 담은 연구 자료집을 11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서식 야생 동·식물(약 5,700여 종) △내륙습지(약 2,500개 지역) △수생태계 담수지역(약 800개) △갯벌(약 162개) △산림(약 6만㎢)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이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지금(2017년 기준)처럼 배출해, 21세기 말 한반도 기온 상승이 1880년 대비 평균 4.5도 이상 오르면 야생 동·식물의 약 6%인 336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1880년 대비 한반도 기온 상승을 평균 2.9도로 제한)할 경우(61종 소멸 예상)와 비교하면 5배 정도 더 많다. 특히 서식지 이동이 쉽지 않은 구슬다슬기, 참재첩 등 담수 생태계의 동물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 상승이 가팔라지면 뉴트리아, 큰입배스, 블루길 등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도 극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대로 유지하면 국내 내륙습지의 약 5%, 120곳이 '괴물쥐'로 불리는 뉴트리아에 의해 생태계 교란 피해가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또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하지 않으면 국내 내륙습지의 약 26%인 657개가 21세기 말 소멸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탄소저장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무제치늪, 대암산 용늪과 같은 산지습지들의 소멸 위험이 컸다. 다만,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하면 소멸 위험에 노출된 내륙습지 수는 22개로 줄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해 생태계 피해를 중심으로 진단했지만 이런 피해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자료집은 12일부터 국립생태원 누리집에 전문이 공개되며 인쇄물은 3월 중으로 전국 유관기관 및 도서관에 배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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