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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무기로 중국 견제 선봉에 선 호주

입력
2021.03.13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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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에 한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의 로이힐 광산. 포스코 제공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의 로이힐 광산. 포스코 제공


<17> 미중 간의 갈등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는 호주

호주는 우리에게 그리 가깝게 여겨지는 나라는 아니다. 비행기로만 10시간 가까이 걸리는 지구 정반대쪽에 위치한 국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호주와 직접적인 교류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은 호주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로 여기고 있다. 호주가 세계 최대의 자원 보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유연탄, 철광석, 천연가스, 알루미늄, 원유 등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필수 자원들을 호주로부터 수급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최근 호주를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그것은 미중 간의 갈등이 호주를 통한 대리전 형태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배지이던 호주...금 발견되면서 이민자 수 급증

호주 발달의 시발점은 죄수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촉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범죄도 속출하였다. 이 때문에 당시 영국은 증가하는 범죄뿐만 아니라 범죄자를 수감할 교도소가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당시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제임스 쿡의 친구인 조셉 뱅크스가 정부에 호주에 죄수들을 유배 보내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전해들은 당시 영국 내무부 장관인 시드니 경은 이를 수용하였고, 1788년 1,500명의 죄수들과 교도관들을 실은 11척의 배가 호주 대륙으로 향한다.

초창기 호주는 유배지로서는 최고의 입지였다. 유럽 대륙과 원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죄수들이 거주지를 이탈해 탈출을 한다 하더라도 유럽 대륙으로 돌아가긴 불가능했다. 영국은 1868년까지 약 16만 명의 죄수들을 호주로 강제 이주시켰다.

하지만 이후 호주를 찾는 이민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18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전체 거주민 중에서 죄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까지 내려갔다. 특히 호주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계기는 1851년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면서부터이다.

금은 호주 전역에서 발견되었다. 초기 금광이 발견된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를 시작으로 남부 지역의 섬들에서도 금광이 발견되었고, 퀸즐랜드 등 다른 지역에서도 금광이 속속 발견되었다. 지금의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들이 유럽과 가까운 일주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 걸쳐 있는 이유는 호주 대륙 전체가 거대한 금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호주는 지금도 자신들이 보유한 막대한 지하자원에 기반하여 발전해 오고 있다. 호주는 주요 광산물 수출국으로 OECD 국가 중 3위다. 특히 세계 최대의 석탄 및 철광석 수출국이며, 세계 5대 자원이라 일컫는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석탄, 구리 모두 세계 톱3의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요 광물 자원 부분에서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이다. 석탄과 철광석 외에도 금, 납, 니켈, 금홍석, 탄탈룸, 우라늄, 아연, 지르콘의 매장량 세계 1위에 해당한다. 또한 보크사이트, 갈탄, 코발트, 동, 티탄, 니오븀, 텅스텐의 매장량은 세계 2위, 다이아몬드, 리튬, 세계 3위, 망간, 주석, 흑탄 등은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자원 보고 호주, 세계 공장 중국 경제에 큰 영향

S. 자이샨카르(왼쪽부터) 인도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 6일 쿼드 회의를 앞두고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P 자료사진

S. 자이샨카르(왼쪽부터) 인도 외교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 6일 쿼드 회의를 앞두고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P 자료사진


이러한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호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국가 중 하나가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호주에서 수출하는 주요 광물 자원에 제일 큰 소비 국가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호주 경제가 호황인지 불황인지는 중국 경제가 좌우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실제 호주의 전체 수출액 중 대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호주 지하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호주를 통해 중국 경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최근 호주는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촉구, 홍콩 국가안보법 시행 우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반박,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해 하는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호주 내부의 움직임은 비단 미국의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호주 국민들 사이에서도 호주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에 발표된 호주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설문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호주 국민의 94.4%가 중국경제 의존도 감소를 위한 정책에 찬성한다고 응답하였다.

최근 이처럼 호주 내에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면서 중국과 호주의 갈등 또한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호주산 보리에 반덤핑 관세를 80% 부과하기로 결정한다. 이와 함께 호주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한다. 또한 중국에 체류 중인 호주 기자들은 추방하는가 하면, 중국인 학생들에게 호주 유학 자제를 권고하였다. 호주는 중국인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학지 중 하나로 최근 4년간 중국 유학생 전체의 25%가 호주를 유학지로 선택하는 수준이다.


호주, 자원 무기로 서방 세계 대신해 중국 견제 선봉에


이러한 중국 정부의 조치에 호주 정부 역시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2020년 12월 외국인투자 사전심사를 강화하여 중국 기업의 호주 기업 인수합병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호주 지방 정부가 중국 정부와 추진해 왔던 일대일로 사업 역시 주 정부 차원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호주 간의 갈등은 적어도 단기간에는 중국 정부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호주에 경제적 타격을 입히기 위해 호주산 석탄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의 후난성, 저장성 일부 지역이 전략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는 세계적인 석탄 공급처인 호주를 대체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광석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본격화된 2020년 4월 이후 철광석 가격이 톤당 83.5 미달러에서 161.5 미달러(12월 18일 기준)로 6개월 동안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의 철광석 총수입량 중 호주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최근 중국 내 철광석 가격의 급등은 중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호주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서 호주 역시 더더욱 국제사회에서 반중국 기조의 선봉에 나서는 듯한 분위기다. 1956년 결성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 국가의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는 중국의 호주산 제품 수입 금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를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호주산 제품을 대신 수입해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영국·호주 등 서방 19개국 의원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20년 6월에 결성한 단체인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 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에서는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대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자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는 ‘호주 와인 마시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호주와의 일전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과의 공조 성향이 높은 캐나다, 일본, EU 내 많은 국가들의 반중국 기조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호주를 통해 전 세계 많은 국가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주의 경우에는 자원 이외의 분야에서는 국제사회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호주가 경고 메시지를 보낼 적합한 대상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호주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면, 여타 많은 나라들이 향후 중국을 우습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처럼 자원 강국 호주는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간의 갈등 전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호주의 경제 상황에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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