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상황 목격한 검찰 수사관 증인 출석
"한동훈, 증거인멸 의심할 행동은 없었다"
현장 촬영 동영상도 법정서 일부 공개돼
지난해 7월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왼쪽 사진) 검사장의 휴대폰을 추가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차장검사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하려다 몸싸움을 벌이며 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2차 공판에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검찰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검사 육탄전’ 현장을 마치 ‘나노 단위’까지 재구성하려는 듯, 이례적으로 비칠 정도로 잘게 쪼갠 질문을 던졌고, 해당 수사관도 “한 검사장이 휴대폰에서 뭔가를 누르니까 정 차장검사가 빼앗으려 했다”는 등 사건 발생 전후 상황을 상세히 묘사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차장검사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시절이었던 지난해 7월 말,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칩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당시 한 검사장의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분원) 사무실 압수수색 현장에 동행했던 A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사건 재판에서 이뤄진 첫 증인 신문이었다. A 수사관은 “(한 검사장이) 휴대폰에 뭔가를 입력하려 하자, 정 차장검사가 ‘저도 봐야겠습니다’라며 다가갔다”며 “이후 휴대폰 화면을 1~2초 정도 본 정 차장검사가 ‘이러시면 안 된다’면서 휴대폰을 잡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한 검사장은 휴대폰을 쥔 팔을 뒤로 빼며 내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 검사장의 행동 중 ‘증거인멸’을 의심할 부분이 있었냐는 검찰 질문에 A 수사관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차장검사 측은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당시 증거인멸을 시도,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 검사장 측은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참여를 위해 전화를 하려는데 정 차장검사가 갑자기 뛰어들어 폭행을 가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검찰과 정 차장검사 측의 질문도, 그에 대한 A 수사관의 답변도 모두 ‘나노 단위’라 해도 될 만큼 매우 구체적이었다. 예컨대 검찰이 “피해자(한 검사장)가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어느 정도, 얼마나 지속했냐”고 묻자, A 수사관은 “비명 정도는 아니고 ‘아! 아! 아!’ 정도였다. ‘으아아아악’ 이런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몸싸움 이전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락했는지, 한 검사장이 휴대폰을 뒤로 빼는 과정에서 오른팔과 왼팔 중 어느 쪽을 들었는지 등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정 차장검사 측은 당시 상황을 ‘세 컷 만화’ 형태로 준비해 와, 증인 신문에 활용하기도 했다.
폭행 발생 전후 A 수사관이 촬영한 영상도 법정에서 일부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한 검사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난 지금 변호인 참여권을 제한받고 있다. 내가 전화한다고 했고, 허락하지 않았느냐”며 따져 물었다. 진정시키려 하는 정 차장검사에게 “이 자체가 지금 불법적인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는 순간도 재생됐다. A 수사관은 변호인 입회를 놓고 두 사람 간 언쟁이 있었지만, 결국 정 차장검사가 변호사 연락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문제의 몸싸움 장면, 사건의 선후 관계에 대해선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면서 자주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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