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증거금 역대 최대?
균등·중복 청약 '너도나도'
삼성·하나 '0주'도 속출
"안전투자" 유동성 몰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 기록을 새로 썼다. 9, 10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서 64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이 몰렸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기록한 역대 최고액(약 59조원)을 단숨에 갈아치운 것이다.
올해 새로 도입된 균등 배정 방식으로 소액 투자자들이 공모주 시장에 대거 뛰어든 데다, 최근 조정장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올해 첫 '대어급' 공모에 쏠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틀간 63.6조 몰려...'카겜' 누르고 증거금 역대 1위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335.4 대 1로 집계됐다. 이틀간 진행된 청약에 개인투자자들은 6곳의 증권사에 63조6,198억원의 뭉칫돈(증거금)을 맡겼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가 세운 역대 최고기록(58조5,000억원)은 6개월 만에 깨졌다.
증권사별 경쟁률은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이 334 대 1을, 이어 한국투자증권 372 대 1, 미래에셋대우 326 대 1, SK증권 225 대 1이었다. 배정 물량이 5%로 가장 적었던 삼성증권은 443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역시 5%였던 하나금융투자는 285 대 1이었다. 오전부터 접속자 수가 폭증하면서 이날도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선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지연됐다.
삼성·하나금투선 '0주' 배정 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관심은 청약 전부터 뜨거웠다. 지난 4, 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275.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열풍'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달라진 주식 배정 방식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1억원을 넣어도 2, 3주를 받을까 말까해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균등 배분제'가 시행되면서 최소 청약(10주) 증거금 이상만 넣으면 1주 이상을 받을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여러 증권사에서 중복 청약이 가능해 청약을 앞두고 계좌 개설도 급증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만 올해(지난 8일 기준) 신규계좌가 85만1,800개나 개설됐다. 이 중 약 3분의 1(23만3,580개)이 이달에 만들어진 계좌다.
하지만 청약 건수가 폭증하면서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에선 '뽑기 방식'(무작위 추첨)으로 1주를 배정해야 하는 진풍경이 예고됐다. 청약 건수가 균등배정 물량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두 증권사에 청약한 투자자 약 32만여명은 1주도 손에 쥘 수 없게 됐다.
두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증권사에선 최소 1주 이상의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령 NH투자증권에서 약 1억원(3,000주 청약 가정 시 증거금 9,750만원)을 투자했다면 최소 5주(균등배정 최소 1주, 비례배정 최소 4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공모주=안전투자 인식... "변동성 주의해야"
이런 뭉칫돈이 공모시장에 한꺼번에 몰린 이유는 최근 길어진 조정장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내주며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식시장 주변에 머물고 있는 유동성이 공모주 투자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8조원(9일 기준)이다. 74조원을 웃돌던 지난 1월에 비해 6조원 줄었지만 1년 전(32조원)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장기화되는 저금리에 갈 곳 없는 유동성이 이른바 '돈 되는 곳'에 몰리는 건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 공모주 청약이라는 학습효과가 이번 청약 돌풍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 흥행으로 주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오는 18일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로 직행(일명 '따상')하면 주가는 16만9,000원이다. 공모가(6만5,000원)를 감안하면 주당 10만4,000원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다만 소액 투자자들이 많았던 만큼 상장 초기 차익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수 있어 주가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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