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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주고 삼성 반도체 유치해야"…삼성 밀당에 마음 급해진 텍사스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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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주고 삼성 반도체 유치해야"…삼성 밀당에 마음 급해진 텍사스 여론

입력
2021.03.10 2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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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에서 요구하는 인센티브를 주고서라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가 삼성전자에 보내는 러브콜이 뜨겁다. 최근 삼성전자가 이곳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 여론의 압박이 거세다. 삼성전자가 요구한 1조원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돌아올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더 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9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신설 지역 후보로 미국 3곳과 한국 1곳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오스틴 제안 거절한 삼성, 셈법 복잡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170억달러(한화 19조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 조건으로 25년 동안 8억547만달러(9,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텍사스 역사상 투자와 인센티브에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제안을 들어줄 경우, 현재 오스틴에서 운영 중인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 주변에 19조원을 투자, 추가 공장 건설에 나서겠다는 게 삼성전자측의 제안이다. 삼성전자는 공장 추가 증설로 인한 경제 효과만 86억4,300만달러(1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5년간 美 텍사스 오스틴에서 추진된 메가 프로젝트

최근 5년간 美 텍사스 오스틴에서 추진된 메가 프로젝트

당초,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오스틴시에서 제시한 6억5,000만달러(한화 7,300억원·10년간 세금 혜택) 규모의 인센티브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가 오스틴시 이외에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와 애리조나 피닉스, 한국 등 4곳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텍사스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외신들은 "이번 삼성전자 유치를 계기로 텍사스주의 인센티브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앞서, 유사한 형태의 아픈 기억을 가진 텍사스주로선 고민에 빠진 셈이다.

"삼성전자 인센티브, 지역 경제 성장의 좋은 수단"

텍사스주는 20여년 전 주 의회에서 인텔의 반도체 공장 신설과 관련된 우대 조치를 불허, 대규모 인텔 공장을 애리조나에 내줘야만 했다. 텍사스주에선 이 사건 이후, 이른바 '챕터 313'으로 알려진 세금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투자나 일자리 창출시, 10년간 재산세 등을 깎아주는 게 챕터 313의 골자다. 이에 비춰볼 때 삼성전자의 25년 세금 감면 요구는 전례 없는 수준임엔 분명하다.

오스틴 공장 전경

오스틴 공장 전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선 20여년 전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강하다. 토니 베넷 텍사스제조협회 회장과 데일 크라이머 텍사스 납세자협회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에 주는 인센티브는 가치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세금 청구서가 워낙 높아 인센티브 없이는 삼성전자를 오게 할 수 없다"며 "인센티브 사용은 세무 기반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지역 경제 성장의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삼성전자를 유치하는 게 '윈윈'이란 진단에서다. 오스틴 지역 신문인 커뮤니티 임팩트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같은 목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사실 미국에서 대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경쟁이 이례적인 건 아니다. 2017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두 번째 본사 이전을 발표했을 때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등 200개 도시에서 아마존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인센티브 경쟁이 붙었는데, 당시 댈러스는 11억달러 규모의 파격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경기 평택 부지도 최종 후보

현재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폭설에 따른 가동 중단(셧다운)에 증설 논의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다만 경쟁사인 대만의 TSMC 투자 일정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역시 조만간 최종 선택을 내릴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사업을 고려한 측면이 크지만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제로(0)'인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삼성전자의 본국 이전을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선물보따리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경기 평택 부지는 113만평 규모인데, 현재 절반은 비어 있는 상태로 언제든 반도체 공장 부지 활용이 가능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조원 투자인 만큼 부지 매입을 이유로 오스틴을 최종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4군데에서 제안한 조건을 따져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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