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 후 이재명에 역전
'윤석열 현상'이란 돌발 변수 등장?
보궐선거 승리로 지지율 회복 노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거대 여당 수장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광야에 홀로 섰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그의 전장(戰場)은 두 개다.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4·7 보궐선거의 승리를 이끌고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역전당한 여권 선두주자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다.
출발선 환경은 썩 좋지 않다. 대표 재임 중 부동산 가격 급등과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최근 윤 전 검찰총장 사퇴는 중도·보수 표심을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다. 반면 이 대표가 약속한 '기민한 대응'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제안의 후폭풍으로 대표 취임 전 40%를 육박했던 대선주자 지지율은 10%대로 주저앉았다.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겸허했다. 그는 "당 대표로 일하는 동안 저의 부족함도 많이 확인했다"며 "그때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걱정을 드려 몹시 송구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다소 올드하다'는 평가에는 "적어도 미숙하다는 말을 안 들어서 다행"이라고 받아쳤다. 신중함과 사려 깊음이 자신의 장점이라는 강변이었다.
5선 국회의원·전남지사·국무총리를 거친 경륜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길을 걸어오며 비교적 좋은 성과를 냈다"며 "그런 경험이 주는 균형감과 안정감이 좋은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점에 대해서는 "하도 많아서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고 받아넘겼다.
당면 과제는 4·7 보궐선거다. 대표 사퇴 후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보선 승리를 이끌어 대선후보 지지율 회복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선거는 몇 가지 이벤트나 전략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라며 "진심을 가지고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퇴임 다음 날인 9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일정에 동행하는 것도 당분간 대권 행보에 나서기보다 보선 승리에 올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에 대해선 "그런 말씀을 드릴 만큼 그분을 잘 모른다"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고 바로 다음 날 총리실에 인사하러 온 것이 접촉의 전부"라고 말을 아꼈다. 여권 내 경쟁자인 이재명 지사가 윤 전 총장을 향해 "구태정치를 하지 마시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해달라"고 쓴소리를 한 것과 대비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을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임기 중 성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경찰·국가정보원 개혁, 공정경제 3법 등 개혁법안 통과를 첫손에 꼽았다. “수십년 동안 민주당 정부마저 하지 못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제주 4·3 특별법 배상·보상법 통과 등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이 대표는 "당·정·청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도 매우 소중한 성과"라며 "그 모든 성취도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협력, 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다만 연초 사면 제안에 대해선 "언젠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다"며 "당장 하자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국민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아픈 공부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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