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대지진 10년]
후쿠시마 피난민 여성은 '2중 차별' 피해 극심
‘후쿠시마 출신 며느리는 필요없다.’ ‘방사능 피해를 호소하는 건 여자의 히스테리.’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사고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여성 주민들이 10년이 되도록 '2중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고향을 떠난 피난지에서 가족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와중에 면전에서, 인터넷상에서 모욕적인 언사와 마주치고 있다.
9일 마이니치신문은 원전사고 직후부터 간토(關東)지방 도치기현으로 떠난 후쿠시마 여성들을 지원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시미즈 나나코 우쓰노미야대 준교수의 경험을 소개했다. 시미즈 교수가 만난 한 30대 여성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정원이나 학교 통학로에서 방사선량을 직접 측정했다. 높은 수치가 나와 대책을 요구했으나 ‘히스테리적 엄마’ 취급을 받았다.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가자 태도가 돌변해, 응접실에 원장까지 나와 공손히 답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시미즈 교수는 “용기를 내 처음으로 공공ㆍ행정시설에 목소리를 냈는데 상대해주지 않았다는 여성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도 조롱의 대상이다. 아이들의 방사능 피폭을 걱정하는 엄마들을 ‘여자의 히스테리’ ‘예민한 과잉반응’으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방사능 뇌 엄마(放射?ママ)’라는 신조어마저 생겼다.
‘후쿠시마 며느리는 필요없다’는 말은 일찌감치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내 딸이 커서 출신지를 말했다가 결혼에서 차별을 당할까 걱정된다”는 상담을 받았다고 시미즈 교수는 전했다. 그는 “여성차별일 뿐 아니라 '우생사상'에 근거해 용서 받지 못할 발언”이라며 “여성을 인격이나 행동이 아니라, 건강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신체로서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사고에 대한 정부나 도쿄전력의 책임을 지적하자 ‘여자는 정치 얘기하지 말라’는 반응이 돌아온 경우도 흔했다. 시미즈 교수에 따르면 재해를 입은 3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토론 모임이 많이 생겼는데, 주위에 비밀로 하고 나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남편이나 부친, 직장의 남성 동료로부터 “여자가 정치 얘기에 참견하지 말라”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시미즈 교수는 “원전사고 후 가부장제에 기초한 성차별과 억압 구조가 더 강화됐다”며 “정치 현장이나 지자체 등에 여성 대표자가 적어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현의 59곳 시·정·촌장 가운데 여성은 아예 없다. 현의회나 시·정·촌 의원의 비율도 10% 미만으로 전국 평균을 밑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