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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브라질 '좌파 대부' 룰라… 대선 레이스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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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브라질 '좌파 대부' 룰라… 대선 레이스 지각변동

입력
2021.03.09 15:00
수정
2021.03.09 18:34
14면
0 0

연방대법원 실형 무효 판결
내년 대선 출마 기정사실화
여론조사서 현 대통령 앞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19년 11월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서를 나서면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AFP 자료사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19년 11월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서를 나서면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AFP 자료사진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브라질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됐다. 연방대법원이 하급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면서다. 정치 활동을 다시 할 수 있어 내년 대선 출마도 가능해졌다. 좌파 거물의 귀환 소식에 브라질 대선 구도는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에지손 파킨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은 이날 권력형 부패 수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실형을 모두 무효로 판결했다. 당시 부패를 수사한 검사와 판사가 담합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룰라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한 수사ㆍ판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브라질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인 룰라는 2003~2011년 집권하면서 경제 호황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7년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10년에 가까운 징역형을 선고 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됐고, 이듬해에도 남미를 뒤흔든 뇌물스캔들에 연루돼 1년6개월을 복역했다. 각종 비리 의혹에도 ‘좌파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으며 여전히 서민 계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번 판결이 ‘완전한 자유’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아직 몇 주간 숙고 절차가 남은데다 브라질리아 연방법원의 재심도 거쳐야 한다. 브라질 검찰도 곧장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그가 정치적 권리를 모두 회복하면서 내년 예정된 브라질 대선 판도는 크게 출렁이게 됐다. 특히 극우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의 좌우 2파전 구도가 점쳐진다.

이미 브라질 안팎에서는 룰라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토마스 트라우만 전 브라질 정부대변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룰라가 대선 후보가 되지 않는 게 더 불가능하다”라며 “미국으로 치면 ‘샌더스 대 트럼프’ 같은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하루 사망자가 1,000명을 웃도는 등 브라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보건정책 실패의 원인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에서 찾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주 현지 일간 오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룰라 전 대통령은 유력 대선주자 10명 가운데 무려 50%의 잠재 득표율로 1위를 꿰찼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38%에 그쳤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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