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을 두고 중국과 첨예하게 맞선 미국이 이번엔 샤오미 압박에 착수했다. 이미 중국 정보기술(IT) 전자업계 간판 기업인 화웨이 대상으로 강도 높은 규제에 들어간 미국이 샤오미까지 규제 움직임에 나서면서 양국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엔 반사이익도 점쳐진다.
중국 당국에 상 받은 샤오미 창업주…"샤오미-중국군 연관 증거"
9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최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보낸 답변서엔 샤오미와 중국 군의 관계가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샤오미를 '중국 공산당 군사기업(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올해 11월까지 샤오미 지분에 대한 매각을 유도, 자금줄에 타격을 주겠다는 게 미 국방부의 계산이다. 이 조치에 샤오미는 "중국 군대와 관련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개된 미 국방부의 답변서에 따르면, 샤오미 창업주 레이쥔은 2019년 중국산업정보기술부(MIIT)로부터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자상'을 수상했다. 중국 정부의 첨단 기술 진흥 및 육성 정책을 담당하는 MIIT는 레이쥔을 포함해 중국 기업인 100명에게 이 상을 줬다. 미 국방부는 이를 샤오미와 중국군 및 당국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초 샤오미가 5세대(5G) 이동통신 및 인공지능(AI)에 5년간 500억 위안(약 8조7,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배경엔 중국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미 국방부의 주장이다.
첨단 기술 대부분 '민군 겸용', 미국이 발끈하는 이유
미 국방부가 민간 기업의 기술 투자에 민감한 이유는 5G, AI, 빅데이터, 로봇, 항공우주, 양자컴퓨터 등 첨단 분야가 '민군 겸용'이란 점에서다. 중국 당국의 막대한 지원 아래 이미 일부 기술은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2월 일본 니케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 양자컴퓨터,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10개 중 9개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국가로 나타났다.
일등공신은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 세계 1위 자리를 수년째 지키면서 5G까지 장악하는 동시에 스마트폰과 반도체 영역 확장까지 주력해 온 셈이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낀 미 정부가 국방부, 상무부 등을 통해 잇따라 규제에 나서면서 화웨이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화웨이가 미국의 첨단 기술을 탈취하는 등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 기술이 적용된 부품 수출과 자금까지 막힌 화웨이는 현재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화웨이 대체자 샤오미, 규제 확대 수혜는 삼성전자
미국의 규제로 일시 정지된 화웨이의 빈 자리는 샤오미가 차지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42% 감소한 3,234만대였다. 반면 샤오미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31% 늘어난 4,333만대를 기록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를 정조준하고 나선 배경이다.
미중 갈등으로 샤오미까지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삼성전자엔 훈풍이 불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샤오미의 경우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여왔던 러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체 판매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지만, 온라인 시장에선 샤오미(31%)가 삼성전자(27%)를 넘어섰다. 인도는 이미 샤오미가 시장 점유율 27%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샤오미가 향후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라갈 경우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샤오미와 경쟁관계인 삼성전자와 국내 휴대폰 부품 업체들의 전반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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