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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계의 마틴 루터 킹

입력
2021.03.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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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팀 버너스리의 사이버시대

월드와이드웹의 시지프스적 개척자 팀 버너스리가 웹의 사유화, 슬럼화에 맞서 사이버 세계의 마틴 루터 킹이 되고자 한다. 위키피디아.

월드와이드웹의 시지프스적 개척자 팀 버너스리가 웹의 사유화, 슬럼화에 맞서 사이버 세계의 마틴 루터 킹이 되고자 한다. 위키피디아.


1989년 3월 12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인터넷 정보 네트워크 관리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월드와이드웹(W.W.W)'을 세상에 소개했다. 과학자들이 웹을 통해 정보를 실시간 주고받을 수 있는 'HTTP' 프로토콜 방식의 인트라넷을 구축하고, 'URL(인터넷 주소)'을 부여해 주소만 알면 누구나 개별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한 것. 미 국방부가 1960년대 말부터 중요 군사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폐쇄형-중앙집중형 네트워크를 개방형-분산형으로 활짝 열어젖힌 거였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source code)에 대한 아무런 특허도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터전 위에서 인터넷 혁명이, 거대한 사이버 세계와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했다. 대런 워커(Darren Walker) 포드재단 회장이 그를 두고 "디지털 세계의 마틴 루터 킹"이라고 칭한 건, 오히려 인색한 평가였다. 그는 시지프스였다.

월드와이드웹 탄생 30주년이던 2019년 3월 버너스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웹이 공공선을 위한 도구가 될지 의구심을 지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자신도 "나름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 해 전인 2018년 매거진 'vanity fair' 인터뷰에서도 그는 "웹 현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얼마간 후회도 든다"고 말했다.
월드와이드웹 공개 시점에도 염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부작용보단 기여하는 바가 더 크리라 여겼고, 인간의 이성과 윤리를 믿었다고 한다. 그 믿음은 극단적인 상업화와 데이터 사유화로, 2016년 미국 대선 전 의도적·조직적으로 유포된 숱한 가짜뉴스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그는 2009년 설립한 '월드와이드웹 재단' 등을 통해 대규모 인터넷 기업들이 알고리즘 등을 통해 어떻게 뉴스와 정보를 통제하는지, '오픈 웹'의 정신을 배신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고발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비로소 사이버 세계의 '마틴 루터 킹'이 되고자 나선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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