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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법무부에 힘 실어준 文... 검찰 "중수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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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법무부에 힘 실어준 文... 검찰 "중수청 우려"

입력
2021.03.0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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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장관 업무보고에서
文 "꾸준히 나갈 방향" 힘 실어

문재인(맨 왼쪽)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화면 속 인물)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맨 왼쪽)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화면 속 인물)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8일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를 위한 ‘수사ㆍ기소 분리 방안 검토’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기소권ㆍ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힘을 실으며 권력기관 개혁의 안착을 강조했다. 반면, 정치권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 추진 움직임에 대해 전국 고검장들은 “일선 우려에 인식을 같이 한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에둘러 반대 입장을 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2021년 법무부 업무계획’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검찰 수사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사ㆍ기소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검찰의 수사ㆍ기소는 궁극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했던 박 장관이 올해 업무계획에 ‘수사ㆍ기소 분리 검토’를 포함하며 본격 추진 방침을 공표한 것이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심우정 법무부 기조실장이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회나 검찰 등 유관 기관과 충분히 소통해 국민이 공감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만 했다.

법무부의 이 같은 업무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되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중수청 설치 입법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해, 여당 중심의 수사ㆍ기소 분리 움직임에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을 향해 문 대통령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질책으로 해석될 메시지를 내놨다. 검찰을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 기관”이라고 표현하긴 했으나, 곧바로 검찰의 공정성에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면서 “검찰권 행사가 자의적ㆍ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사건 배당부터 수사, 기소 또는 불기소의 처분에 이르기까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어 “검찰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검찰이 마음대로 한다’는 대목은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며 총장직을 내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같은 날 열린 전국 고검장회의에 참석한 전국 고검장들은 중수청 설치에 대한 ‘우려’를 담은 입장을 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전국 고검장들은 “형사사법시스템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입법 움직임에 대한 일선의 우려에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중수청 신설에 대해 에둘러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도, 최대한 수위가 낮은 표현을 쓴 셈이다. 이어 고검장들은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는 말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중수청 설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중수청 설치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진 않았지만, 총장이 총대를 메고 나간 상황이라 고검장들까지 목소리를 높이면 조직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한테서도 업무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검찰ㆍ경찰ㆍ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을 향해 “권한이 주어지면 능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수처엔 "하루빨리 조직 구성을 마무리 짓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검찰에 대한 발언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뚜렷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을 향해 “수사 지휘 역량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책임수사체계를 확립하고 자치경찰제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권한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라'고 당부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국수본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풀이된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산물이라, 이번 수사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와 직결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협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은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 짓는 중요 과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검경 간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정부 자체 조사와 국수본 수사만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일각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함으로도 풀이된다. “검찰이 나서라”고 요구하는 야당 공세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다.

안아람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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