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메건이 폭로한 ‘막장 시월드’… “英 왕실, 아기 피부색까지 따져”

알림

메건이 폭로한 ‘막장 시월드’… “英 왕실, 아기 피부색까지 따져”

입력
2021.03.08 19:30
0 0

혼혈 메건 왕손빈 "첫아들 왕실서 왕족 인정 안해"?
왕실 생활 힘들어서 극단적 생각까지… '불화 인정'
왕실 인종차별에 비난 쇄도… 권위에 먹칠 반박도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이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하는 모습. 두 시간짜리 인터뷰는 미 CBS에서 7일 방영됐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이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독점 인터뷰를 하는 모습. 두 시간짜리 인터뷰는 미 CBS에서 7일 방영됐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왕자와 할리우드 배우의 만남’으로 유명했던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는 결국 ‘시월드(시댁의 신조어) 막장 드라마’로 끝났다. 영국 왕실과 결별한 해리 왕손ㆍ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가 작심하고 폭로한 왕실의 민낯은 치졸해 보였다. 특히 왕실이 부부의 첫아들 아치를 피부색 때문에 왕족으로 받아들이기 원치 않았다는 ‘인종차별’ 주장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반해 왕실 생활에 지쳐 극단적 생각을 했다는 고백과 내부 갈등 같은 과도한 이슈몰이로 왕실의 권위만 먹칠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7일(현지시간) 미국 CBS에서 독점 방영된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메건은 결혼과 왕실 생활, 왕실을 떠나게 된 이유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백인과 흑인 혼혈로 한 차례 이혼 경험이 있는 메건은 해리 왕손과 결혼하던 당시부터 줄곧 왕실과의 불화설에 시달렸다. 그는 2019년 아치를 출산했을 때 왕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실에선 아치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에 대한 우려가 오갔고,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오프라 윈프리마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폭로였다. 실제 아치는 왕자 칭호를 받지 못했다. 메건은 누가 이런 ‘우려’를 퍼뜨렸는지에 대해선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입을 닫았지만, “영국 왕실의 첫 번째 유색인종인 내 아들이 왕실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이 발언의 파장은 컸다. “왕실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영국 BBC방송 왕실 출입기자 조니 다이몬드), “왕족의 노골적인 흑인 인종차별이 용납되고 있다”(미국 PBS 백악관 출입기자 야미체 앨신더), “왕실이 인종차별 참상에 방어막이 될 수는 없다”(버니스 킹 마틴 루터 킹 재단 대표) 등 맹비난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메건이 왕실 내 특권의식과 인종차별 등 발화성 큰 문제를 건드렸다”고 짚었다.

메건은 왕실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왕실의 보수성이 상당한 압박감이 된 듯했다. 그는 “왕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들어갔던 것 같다”며 “침묵한 채 지내야 했고 왕실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또 “의지할 사람도 없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가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왕실은 메건의 의료지원 요청을 끝내 외면했다고 한다.

해리 왕손도 “아버지 찰스 왕세자가 어느 시점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로 인해 크게 낙담했다”며 왕실과의 불화를 시인했다. 또 줄곧 갈등설에 휘말렸던 형 윌리엄 왕세손과의 관계는 “거리감(Space)”이란 한 단어로 대변했다. 이미 둘 사이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졌다는 의미다. 메건도 케이트 왕세손빈이 메건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타블로이드 매체의 공격을 막아주지 않은 왕실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왕손 부부가 지난해 1월 왕실에서 독립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로 이주한 것도 “언론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영미 언론은 메건이 선정적 보도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에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왕실은 아직 잠잠하다. 방송을 앞두고 “윈프리와 왕손 부부의 서커스”라고 일축하던 때와 다르다. 왕실은 메건이 2018년 왕실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공식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인터뷰를 보지 않을 것이고 왕실은 개별 구성원이 공격받을 경우에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작 시끄러운 건 왕실 밖이다. 영국의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여왕과 왕실 가족에게 먹칠을 하는 완벽한 배신”이라며 “메건의 허튼소리는 예상했지만, 해리가 왕실과 군주제를 이렇게 무너뜨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군주제 폐지 캠페인 그룹은 “영국을 위해서든, 젊은 왕족들을 위해서든 이 썩어빠진 기관은 사라져야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CBS는 이번 인터뷰에 방영권료로 700만~9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 79억~101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왕손 부부는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김표향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