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란 쿠르디.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그리스로 향하다 보트가 난파돼 익사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기다. 터키 휴양지 보르둠 해변에 떠밀려온 그의 시신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이후 인간성이 말살된 난민 위기와 지구촌의 자성을 촉구하는 상징이 됐다.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이라크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쿠르디를 5년여 만에 다시 살려냈다. 교황은 이날 밤 이라크 북부 도시 에르빌에서 쿠르디의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는 전복 사고로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 혼자 살아남아 지금은 에르빌에서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교황청이 공개한 사진에는 교황이 고개를 숙인 압둘라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담겼다. 교황청은 “교황이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슬픔에 깊이 공감했다”며 “압둘라 역시 교황의 위로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외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 순방 기간(3박 4일) 마지막 일정으로 쿠르디 가족을 만난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기독교와 무슬림의 유대 강화에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교황의 순방 행보는 파격적이었지만, 시선은 항상 ‘평화와 화해’를 향해 있었다. 교황은 쿠르디 아버지를 만나기 전 아르빌 축구경기장에서 집전한 대규모 미사에서 “슬픔과 상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동시에 희망과 위로의 목소리도 들었다”고 역설했다.
직전 찾은 북부 도시 모술에서도 “평화는 전쟁보다 강하다”는 일성으로 희망을 통한 상처 치유를 강조했다. 모술은 2014년 국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침탈하기 전까지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였다. 전날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와의 사상 첫 회동, 우르평원의 고대 유적지에서 기독교ㆍ이슬람ㆍ야지디교 지도자들과의 만남 등도 화합의 가치를 설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교황은 이슬람과 기독교, 두 종교의 평화적 공존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여러 악조건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찾았다”고 전했다. 교황은 수도 바그다드로 이동해 모든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8일 로마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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