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1년 이상 인류는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환자가 적게 발생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세 번째 유행으로 환자가 매일 300~4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유행이 다시 커질 수 있어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일부 전문가는 3~4월에 4차 유행 발생 가능성이 높고 4차 유행이 발생하면 진폭이 훨씬 커서 매일 2,000~3,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대량 환자 발생은 의료체계 붕괴와 장기간의 봉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보았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고위험군 환자에게 전파될 뿐만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 격리로 인해 진료 중단ㆍ병동 폐쇄를 해서 진료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입원 환자 전수 검사 같은 긴밀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병원 내 감염 전파가 발생하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격리와 전원이 어려운 것은 물론 다수 사망자 발생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쟁을 하는 병사에게 튼튼한 갑옷과 투구 그리고 잘 벼려진 칼과 창은 필수다. 항바이러스제나 항체 치료제가 창과 검이라면 백신은 갑옷과 투구다. 아무리 날랜 장수도 창과 검만으로 싸울 순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을 포함해 모든 의료 종사자가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는 의료인을 스스로 보호하는 동시에 환자 보호를 위한 당위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1차 백신 접종 대상자의 동의율이 90% 이상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접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면 백신 접종에 대해 의료 종사자는 물론 비의료인의 긍정적 반응도 커질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계속 지금 같은 대응 체계와 방역 수준을 유지할 수는 없다. 누적되는 사회적 피해나 경제적 손실을 막으려면 방역 범위와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범위한 백신접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최근 도입되는 여러 가지 백신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와 염려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임상 연구가 마무리된 백신은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화이자ㆍ모더나ㆍ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유효성 논란도 자료가 보완되는 대로 접종 대상을 수정하면 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정확하거나 근거 없는 정보가 확산돼 접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부터 백신을 접종하면 신종플루에 감염된다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둥 근거 없는 소문이 공포를 확산시켰다. 지난 가을에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부풀려지면서 백신 접종률이 10%가량 떨어졌다.
이런 잘못된 소문은 상황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더 이상 코로나19 유행에 밀려서는 안 된다. 반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서막을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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