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서영우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
코로나 대유행으로 자녀가 컴퓨터나 태블릿 PC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가성 근시나 사시 등 눈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한 화면을 오랫동안 보면 눈의 피로도가 쌓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화면 가까이에 자꾸 다가간다면 시력 저하 때문일 수 있어 시력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좋다.
‘사시ㆍ약시 치료 전문가’인 서영우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서 교수는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엠투에스(M2S)와 함께 VR를 이용한 안과 검사 장비(VROR EYE Dr)를 개발해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1)’에서 ‘헬스 & 웰니스’ 부문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았다.
-어린 자녀가 사시여서 가슴 졸이는 부모가 적지 않은데.
“눈을 각각 다른 방향으로 보는 사시(strabismus)는 어린이의 2%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적지 않다. 한 눈이 코나 귀 쪽으로 향하거나, 초점이 풀려 보이거나, 햇빛을 볼 때 한쪽 눈을 찡그리거나, 눈의 피로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사물을 볼 때 머리를 한쪽으로 돌리거나 기울이거나, 턱을 치켜들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어린 자녀에게 사시가 생겨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두 눈을 바로잡기 위한 융합력 이상, 눈 근육이나 안와 내 조직의 구조적 이상, 조절에 따른 눈 모음 이상, 갑상선 이상, 뇌수종, 뇌신경 마비(어른에게 주로 발생) 등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사시 종류로는 눈이 안쪽으로 치우치는 내사시와 바깥쪽으로 치우치는 외사시, 그리고 아래위로 치우치는 수직사시(상사근마비)로 나눌 수 있다. 국내 사시 환자의 70%가량이 외사시다. 내사시는 ‘영아 내사시’와 ‘조절 내사시’가 대표적이다. 영아 내사시는 생후 6개월 이전에 발생하는 사시다. 굴절 이상으로 생기는 조절 내사시는 2~3세 때에 주로 나타난다.
‘간헐 외사시’는 집중할 때 눈이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먼 곳을 보거나 멍하게 볼 때 나타나는 사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3~4세 전후에 많이 나타난다. 피곤하거나, 감기ㆍ열이 있거나, 졸릴 때 등 특정한 컨디션에서 간헐적으로 생기므로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눈이 항상 바깥으로 빠져 있는 ‘항상 외사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사시에서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방치하면 영구적인 안면비대칭이 생길 수 있다.
사시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굴절 이상이 있으면 안경을 착용하고 필요에 따라 가림 치료나 프리즘 안경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약시가 동반되면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눈을 싸고 있는 흰자인 결막을 1㎝ 정도 절개한 뒤 절개창을 통해 눈 근육을 줄이거나 원래 위치보다 뒤쪽으로 옮겨 느슨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수술 후 일시적인 충혈은 있지만 흉터가 남지 않는다.
영아 내사시는 생후 4~5개월부터 수술이 가능하며 늦어도 2세 이전에는 수술하는 것이 좋다. 조절 내사시는 조절 마비 굴절 검사 후 안경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사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헐 외사시는 빈도와 사시각을 고려해 수술 시기를 정한다.”
-어떨 때 약시를 의심하나.
“약시는 눈의 구조는 정상이지만 시력검사를 하면 안경이나 렌즈를 낀 교정시력이 정상 이하이거나, 양눈의 시력차가 0.2 이상인 상태다. 9~10세 이후에 약시를 발견하면 교정하기 힘들고 심각한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어린 자녀가 눈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자주 찌푸리거나, 째려보거나, 햇빛 등에 유난히 눈부심이 심하거나, TV나 책을 가까이서 보려고 하거나, 자주 넘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약시를 가능성이 있기에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약시는 조기 발견할수록 예후가 좋다. 만 3~4세 이전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95%가 정상 시력을 찾을 수 있다.”
약시에는 사시 때문에 발생하는 ‘사시 약시’, 선천성 백내장ㆍ안검하수 등으로 한쪽 눈이 가려져 시력 발달이 멈춰 발생하는 ‘폐용 약시’, 근시ㆍ원시 등을 치료하지 않아 발생하는 ‘굴절 이상 약시’, 두 눈의 굴절력 차이로 굴절 이상이 더 심한 눈에 약시가 생기는 ‘굴절 부등 약시’, 눈의 구조적 문제로 생기는 ‘기질 약시’ 등 다양하다. 문제는 한쪽 눈 시력만 떨어지기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어 쉽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만 3-4세에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TV나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서 근시 어린이가 증가하는데.
“중ㆍ고교생의 80% 이상이 근시일 정도로 거의 ‘전 국민의 근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근시가 심해지면 녹내장ㆍ황반변성ㆍ망막박리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므로 근시 관리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보는 등 근거리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햇볕이 날 때 야외에서 많이 활동하는 것이 시력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다만 실내 활동을 많이 해도 시력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덧붙여 드림렌즈나 아트로핀 안약도 근시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반의 안과 검사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VR 기기는 시력을 떨어뜨려 안구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임상 연구에서 VR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M2S와 함께 지난해 9월 세계 최초 비대면 안과 검사를 하는 헬스케어 제품(VROR EYE Dr)을 내놨다. 이 검사 장비는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시선 추적 장치가 탑재된 VR 단말기를 착용한 뒤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간단히 시력ㆍ색맹ㆍ시야 이상ㆍ안구 운동 이상ㆍ난시 등 10가지의 안구 건강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녹내장이나 사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영상 콘텐츠와 안구 운동 프로그램, 건강 정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함께 개발했다.”
[온라인 수업시대, 아이 눈 건강 지키는 방법]
1. 화면과 눈 사이는 50㎝ 정도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2. 30~40분 수업 후에는 10분씩 쉬면서 눈을 감고 있거나 먼 곳을 바라본다.
3. 영상 단말기기 화면 높이는 눈보다 낮게 하고 화면 밝기는 적절히 맞춘다.
4. 눈이 피로하면 눈을 자주 깜빡인다.
5.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다.
6. 균형 잡힌 식사와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ㆍ과일을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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