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귀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신종유해물질 과장
고가의 ‘옥돔’을 샀는데 값싼 ‘옥두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월 시중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옥돔을 유전자 분석법으로 검사한 결과, 27개 제품 가운데 3개가 ‘가짜 옥돔’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선을 굽는 등 요리를 하면 재료의 주요 특징이 사라진다는 점을 노린 이른바 ‘도플갱어(魚)’ 가짜 불량식품 유통 사례인 셈이다.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등 교역 확대로 다양한 수산물이 연간 1,000톤 이상 수입되고 있지만, 수입 수산물이 국내에서 유통될 때 형태가 비슷한 저가 어종을 고가 어종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로 제수용 생선으로 고가에 판매되는 어종인 옥돔ㆍ민어ㆍ참돔ㆍ참조기 등이다.
식약처는 수산물의 정확한 품종 판별을 위해 우리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수산물 약 250종에 대해 형태학적 구별법 및 고유 유전자 염기 서열(DNA 바코드) 정보를 확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DNA 바코드는 유사종이라도 생물체마다 다른 유전정보인 DNA 염기 서열의 차이를 이용해 생물종을 구분하는 식별 코드다.
생물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DNA 바코드를 이용하면 생물 품종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식약처는 비단 실험실뿐만 아니라 수산물 검사 현장에서도 신속하게 품종 진위 판별을 할 수 있도록, 30분 내에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현장 신속 검출법 및 키트도 개발 중이다. 현실적으로는 소비자가 품종 특징을 파악해 저가 유사 품종을 속아서 구매하지 않도록 평소 형태학적 구별 정보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김·어묵·생선 등 수산물은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우리 식탁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지난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세계 수산 양식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58.4㎏(2013~2015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며 소비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는 국민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즐겁게 섭취할 수 있도록 과학적 진위 판별법으로 철저히 검사하고, 수산물 형태학적 구별 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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