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덕션'으로 베를린영화제 각본상 수상
홍상수(61) 감독이 영화 ‘인트로덕션’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각본상(은곰상)을 받았다. 홍 감독은 지난해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은곰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을 했다.
제71회 베를린영화제는 5일 낮(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경쟁부문 수상자(작)을 발표하고 ‘인트로덕션’의 홍 감독에게 각본상을 안겼다. 홍 감독 영화의 세 번째 베를린영화제 수상이다. 홍 감독은 지난해 이 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받았으며, 2017년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배우 김민희에게 최우수여자배우상(은곰상)을 안겼다.
홍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경쟁부문 초청만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밤과 낮’(2008)과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 ‘도망친 여자’가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았다. 홍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 경쟁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고 김기덕(1960~2020) 감독의 경우 2004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사마리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빈집)을 동시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홍 감독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인트로덕션’은 영화제 일일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의 평점 3.1점(5점 만점)을 기록하며 경쟁부문 진출작 15편 중 선두권에 들었다. 독일 감독 마리아 스페트의 ‘미스터 바흐만과 그의 수업’과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행운과 환상의 바퀴’(이상 3.3점)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평점이었다. 최고상인 황금곰상 수상까지 기대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황금곰상은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드의 ‘배드 럭 뱅잉 오어 루니 폰’이 가져갔다. 심사위원들은 ‘인트로덕션’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내레이션을 효율적으로 진전시키는 것 이상으로 행동과 행동 사이의 순간적인 간격을 포착해낸다”며 “거기서 인간사의 숨겨진 진실이 갑자기 밝고 명쾌하게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인트로덕션’은 옴니버스식 구성을 지닌 흑백영화다. 청년 영호와 그의 여자친구 주원을 중심으로 세가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상에서 범상치 않은 순간을 포착해 번득이는 삶의 혜안을 던져왔던 홍 감독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배우 신석호 박미소 김영호 기주봉 예지원 서영화 등이 출연했으며 홍 감독의 연인 김민희가 짧게 등장한다. 김민희는 이번 영화에 프로덕션 매니저로도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를 시작으로 ‘인트로덕션’까지 8번째 협업을 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연인 사이임을 발표했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베를린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행사를 두 차례로 나눠 개최한다. 5일까지 온라인 위주로 언론과 영화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를 치렀다. 6월 9~20일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상영회와 경쟁부문 시상식 등이 열린다. 코로나19 이전 베를린영화제는 2월에 11일 동안 개최되곤 했다. 영화제 이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은 하마구치 감독의 ‘행운과 환상의 바퀴’가, 감독상은 ‘내추럴 나이트’의 헝가리 감독 데네스 나지가 각각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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