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도 학령인구 감소 여파 직격탄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 위험 고조
3년 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치명타
'지방대 파산 위기' 현실화 가능성 고조
"사학 퇴로 열어주고, 구조조정 절실"
대구ㆍ경북지역 대학들이 올해 입시에서 무더기로 미달됐다. 일부 대학은 당장 내년 정부 재정지원사업 신청에 제한을 받게 됐고, 올해 실시예정인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돼 초비상이 이다. 존폐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신입생 정원 20%가량을 채우지 못한 대구대 총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국립안동대도 등록률 72.9% '참사'
5일 지역대학들에 따르면 2021학년도 입시에서 지역 주요 대학 신입생 등록률은 경북대 98.5%, 영남대 99.4%, 계명대 98.46%, 경일대 97.6%, 대구한의대 96.2%, 대구가톨릭대 83.8%, 대구대 80.8%, 안동대 72.9%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미달’ 사태를 겪었다. 미달 사태가 큰 곳은 지난해보다 최대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경북 일부 대학은 등록률 자체가 무의미해 사실상 폐교 직전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대구대 총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김상호 총장은 본보 통화에서 “올해 미충원 마지노선을 400명 정도로 잡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국 최고 수준인 780명 선이었다”며 “총장이 직접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대학을 위한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던 전문대학도 대부분 미달했다. 수성대 91.6%, 영진전문대 90.4%, 대구보건대 89.4%, 대구과학대 89% 등 대구권은 90% 내외의 등록률을 보였다.
이번 입시에선 국립대 타이틀도 신입생 충원에 보증수표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지난해 99.9% 등록률을 자랑한 안동대는 72.9%로 급락했다. 전국적으로 대입 지원자가 급감한 가운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인문사회 및 예체능계열 학과가 많고 지방 소도시라는 불리함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거점 국립대인 경북대도 미등록 인원이 69명에 달했다. 미등록 대부분(60명)이 입학정원 733명에 불과한 상주캠퍼스에서 나왔다. 2022학년도 입시에선 수능최저등급이 강화돼 내년 상주캠퍼스 미등록률은 50%를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역사와 전통도 신입생 모집엔 무력했다. 대구지역 한 유명 전문대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하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는 80%도 무너진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재수생 감소로 더 나빠질 듯
내년 상황은 더 심각할 전망이다. 올해와 고교 졸업생은 큰 차이가 없지만 재수생은 이미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유명 재수종합학원은 등록 학생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같은 미달사태는 대학엔 재앙이다. 미등록자만큼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고,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도 배제된다. 대학들은 2009학년도부터 2021학년도까지 13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로 정부재정지원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지역 한 사립전문대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등록률이 80%만 돼도 정상운영이 가능했고, 70%가 넘으면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정부재정지원 없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매년 다음 학년도에 재정지원 제한조치가 적용되는 대학을 지정해 8월쯤 발표한다. 올해는 대학 구조조정 지표로 쓰일 대학기본역량진단 때문에 4월 중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 대학기본역량진단 참여 자체가 봉쇄돼,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평가 핵심 지표는 신입생 충원율이다. 재정지원사업 신청자격을 얻으려면 △교육비 환원율(일반대 127% 이상, 전문대 117% 이상) △전임교원 확보율(68%, 54%) △신입생 충원율(97%, 90%) △재학생 충원율(86%, 82%) △졸업생 취업률(56%, 61%) 등 5개 지표 중 3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신입생 충원율 기준 미달 비상
대구지역 주요대학 대부분은 충원율이 미달하더라도 당장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안심하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느라 전임교원 확보율이 기준치를 밑도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취업률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대학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경북지역 한 사립전문대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기준치에 미달해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사업(링크 플러스)에서 중도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도 어렵다는데, 사립대는 오죽하겠냐”며 “겨우 3개 지표만 맞춰 사업 신청 자격을 얻었는데, 내년부터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저출산 영향으로 18년쯤 뒤엔 대학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모집난에 처한 사립대의 퇴로를 열어주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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