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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년 '김 약국'을 하루아침에 폐업시킨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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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년 '김 약국'을 하루아침에 폐업시킨 한 마디

입력
2021.03.04 23:46
수정
2021.03.0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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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내 별명은 ‘김 약국’이었다. 가방에는 항상 다섯 가지 이상의 상비약이 들어 있었다. 두통약은 물론 근육이완제까지 갖춘 '이동 약국'이었다. 그 시절, 나는 약이 없으면 불안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두통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날 하루의 삶의 질이 결정될 정도였으니까.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도 두통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게 변화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피부관리실을 오랫동안 운영하다 관리교육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교육을 담당하던 분이 우연히 내 가방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약부터 끊으세요. 그게 건강을 되찾는 첫걸음입니다!"

나는 그 말에 덜컥 겁부터 났다. 만성 두통은 일반적인 두통과 차원이 다르다. 만성인 경우 두통약을 먹어도 3~4일 정도 시간이 흘러야 효과가 나타난다. 나는 두통 때문에 20여년을 고생했고, 수도권에 있는 유명 병원부터 민간요법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한 마디로 난공불락이었다. 그런 내게 두통약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었다. 요컨대, 내가 약을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경락과 인체 관련 공부를 하면서 서서히 용기가 생겼다. 사실, 두통은 머리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목의 위치가 어긋났을 때, 어깨 등의 근육이 뭉쳤을 때 등 두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아무리 좋은 약도 몸을 바로잡지 않으면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당시 교육 담당자의 충고 덕분에 20여년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던 '김 약국'을 폐업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은 나에게 인생의 변환점이었다. 뜻밖의 우연과 노력이 만나 기적 같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변환점이 꼭 돈이나 성공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건강한 몸으로 더 질 높은 삶으로 올라서는 것도 돈과 성공만큼이나 멋지고 훌륭한 성취 아닐까.

만성 두통이 없어진 뒤부터 일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졌고 사업도 번창했다. 우연한 기회에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얻어낸 셈이다.

두통 때문에 약을 달고 사는 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 경험을 근거로 이야기하자면 두통의 원인을 머리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관점을 달리해야 길이 보인다. 올바른 방향을 알고 그 길로 걸어가기만 하면 더디더라도 늪을 빠져나올 수 있다. 당신의 '약국'도 어서 빨리 폐점하기를 기원한다.


김인혜 수미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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