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례가 5건으로 늘었다. 모두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요양병원·중증장애시설 입소자들이다.
방역당국은 사망 사례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당국은 해당 사례들에 대해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과학적으로 엄밀히 분석해 투명하게 알리겠다”며 “막연한 공포나 과도한 불안감은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요양병원·중증장애시설 입소자 접종 후 숨져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숨진 사람은 이날 3명이 추가돼,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모두 5명이 됐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사망 사례들에 대해 “관할 보건소 기초조사, 지자체 보고, 역학조사, 시도 단위 신속대응팀 평가를 거친 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의 최종 평가까지 진행한다"며 "그 뒤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숨진 3명 중 2명은 50대 남성이다. 그중 1명은 전북 전주의 요양병원 입원 환자로 2일 오전 9시쯤 백신을 맞고 41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2시쯤 사망했다. 다른 1명은 전북 부안의 요양병원 입원 환자로 3일 오전 11시쯤 백신을 맞고 이날 오전 2시쯤 숨졌다. 나머지 1명은 대전의 중증장애시설에 입소해 있다가 최근 요양병원으로 옮긴 20대 여성이다. 2일 오전 11시쯤 백신을 맞은 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숨졌다. 이들 3명은 모두 기저질환자였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기저질환자는 우선접종이 원칙"
이 때문에 기저질환자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 방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기저질환 때문에라도 먼저 맞혀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후관리반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여러 나라의 사례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기저질환자를 포함시켰다"며 "기저질환자를 접종 우선순위에 포함하지 않은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 원칙에 동의했다. 사망을 줄이는 백신 접종의 제1 목표를 감안하면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먼저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접종 전 예진 과정에서 걸러내야 할 사람은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른 감염증상이 있거나, 바로 치료해야 할 급성기 병이 있는 환자는 접종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고혈압, 뇌졸중 등 심장이나 혈관이 안 좋은 환자들은 백신 접종 후 힘들어할 수 있는데, 요양병원엔 특히 이런 환자가 많다”며 “접종 전에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보호자 동의를 받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종 뒤에도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에겐 약간의 발열이나 근육통에 불과해도, 기저질환자의 경우 심각한 충격일 수 있다. 천 교수는 “기저질환자는 시기를 잠시만 놓쳐도 사망할 위험이 큰 만큼, 이상반응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춰 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반응, 외국과 다르지 않아 ... 믿고 접종해달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이상반응 의심 신고도 증가했다. 이날 0시 기준 511건의 이상반응이 새롭게 신고돼 총 신고 사례는 718건이 됐다. 여기엔 중증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비슷하지만 중증은 아닌 ‘아나필락시스양' 반응 7건도 포함됐다. 경북 청도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50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응급처치 뒤 회복됐지만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 사례에 대해서도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총 15만4,421명이다. 같은 기간 의심신고 건수를 비율로 따지면 약 0.46%, 사망 사례는 0.0013%다. 엄 교수는 이를 두고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 비율은 영국 0.0023%, 독일 0.0046%, 프랑스가 0.0049% 수준이다. 권 부본부장은 “100개국 이상에서 2억6,000만회 이상의 접종이 이뤄졌으며, 아나필락시스 이외의 중증 이상반응은 보고된 바 없고 백신과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망 사례도 파악되지 않았다”며 “방역당국과 의료진을 믿고 접종 전후 주의사항을 잘 지키면서 지침대로 예방접종에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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