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1.1% 상승... 1년 만 최대 폭
업황부진으로 농축수산물 물가 15% 뛴 영향
정부 "그렇게 우려할 상황 아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1% 오르며 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농산물 작황 부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영향이다.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생산자·수출입물가 등이 최근 한꺼번에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인플레)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는 "인플레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4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올랐다. 지난해 2월(1.1%)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로, 1% 선을 넘어선 것 역시 지난해 9월(1.0%) 이후 5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농축수산물이었다. 농축수산물은 16.2% 올라 전체 물가를 1.26%포인트 끌어올렸다. 2011년 2월(1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파(227.5%), 사과(55.2%)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은 1년 사이 21.3% 올랐으며, 축산물 역시 달걀(41.7%)의 영향으로 상승률 14.4%를 기록했다.
그밖에 전세 대란 영향으로 전세와 월세가 각각 1년 사이 1.2%, 0.5% 상승했다. 특히 월세의 경우 2014년 12월(0.5%)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이다. 다만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물가는 2.1% 하락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0.8% 올라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마저 갑작스러운 상승세를 보이자 일각에선 인플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경기 침체로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되레 인플레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9월을 빼고 4월부터 12월까지 물가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다.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른 경향이 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선 백신 보급과 정부의 부양책 등이 맞물려 향후 물가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집단면역 형성으로 어느 정도 안전한 이동과 소비 활동이 가능한 시점에 억눌린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통계청과 정부는 인플레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만한 물가 상승 수준을 넘어설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그렇게 우려할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백신 접종 이후 소비가 늘기는 하겠지만, 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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